기억속으로

외면

어울령 2009. 11. 16. 21:39

난 산악인이 등반 한다면

의식적으로 외면한다

 

뻔히 사고날 줄 알면서도

등반하는걸 못마땅하게 여긴다

 

고딩졸업하고

실력부족으로 전문대에 들어갔다

공업경영을 택해서 갔지만

내 생각과는 영~ 딴판인 결론

전문대에 가는 주제에

집안 망신 고만 시키라며

밀어부쳐간곳

 

난 당시 유아교육학을 지망했었다

가만보면 선견지명이 쬐끔있었다

하지만 어쩌랴

집안망신 고만시키라고 하는데...

 

대학에선 운동 하고픈 맘이 없었다

한계를 느꼈기에...

 

하지만 중.고등부를 운동으로

쭉 살아온 나를 그곳에서

내버려두질 않았다

 

선배를 매일 보냈다

학생 때 부터 아는 운동선수라 나몰라라가

쉽지만은 않았다

 

하고픈 공부도 아니고...

생각하다가

끈질긴 유혹에 넘어갔다

고딩 때 함께했던 친구랑

한 팀이되어

또 수업 빠지며 훈련에

들어갔다

 

얼마나 지독했으면

주변에서 오뚜기라 했을까

지금은 그 메달들이 여기저기 딩굴어도

바라만 볼뿐...

 

그 때에 지독히도 나를 힘들게 했던 선배

그가 산악인이다

고 고상돈씨와 함께 등반하며

늘 우리에게 산에대해

그 산이 자기를 부른다고

늘 들떠있던 선배

 

고상돈씨가 알래스카 매킨리

원정대장으로 등반길에 올랐고

고지점령에 온 대한민국을 들뜨게 하더니

하산도중 자일사고로 추락사망하자

선배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다음해외 등반땐 함께하기로 하곤

줄곳 훈련했었다

 

정신을 추스리고 맹연습에 몰입하더니

사사껀껀 트집잡으며 시비걸어

우리팀에 분위기가 험악했었다

 

난 공기소총과 공기권총으로

제주에선 실력자에 속했지만

전국전에선 항상밀렸다

기초가 바르지 않아서란걸

그때야 알았기에...

종종 훈련에서 빠지기도해

선배 눈밖에 가시였고

선배가 담당교수에게 보고하곤 했는데

제일 농땡이로...

시합에 나가면 메달획득에 주자이기에

번번히 교수에게 찍혔었다

결과 땜에 거짓말쟁이로...

 

1년을 정말 힘들게 하더니

사고 보름전에 화해하자며

팀전체에게 회식으로

쏘며 미안했다고 했다

 

정확한 기억은 없다

설악산인가? 인수봉이가?

암벽연습하는곳에 간다고

 

겨울 참 추운겨울에

어리목으로 우리팀을 이끌고

썰매타기해준다고

데려 갔었다

 

눈보라가 치는데

넘 무서워~

안간다고 소리쳤고 하산한게

선배와의 마지막

미안했었다고 잘지내라고...

 

보름후 사고소식이 방송을 타고 나왔고

선배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누가 산을 탄다면 거들떠도 안봤다

산이 무서워서

산이 미워서

그런 산을 열심히 오르는 사람들이 미웠다

 

가족의 오열을 그들은 들을까?

 

얼마전에도 여인으로

히말라야 낭가파르밧에서

사고로 고인된 고미영씨나

지금도 등반에 대한 열정으로

때를 기다리는 오은선씨나

모두 외면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어쩌다 선배집에 위로차가면 우린 문밖에서

들어가지 않고

팀대표만 보냈다

우리 모두를 보는게 괴로우실것 같아서...

 

기억이란건

때론 우리 앞에 큰 걸림돌이

될 때도 있다

 

이 사고 후

난 산을 좋아하면서도

산을 미워하는 왜소한 사람이 되었다

 

지금은 영실에서

한라산 윗세오름까지 가는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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