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속으로

무지개를 쫓는 오빠(3)

어울령 2009. 11. 12. 11:39

3년전 눈보라가 심히 불던

늦은 밤에 금요철야예배를 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길이 너무 미끄러워

아주 조심스럽게 도로위를

차를 타고 걸어야 했다

 

여기저기서 차들이 부딪혀 있고

경찰차도 보이고

추워서 몸을 움추린채

발을 동동 구르는 거리에 사람들

 

교회갈때만 해도

멀쩡했었는데...

무방비 상태라 방법없기에

성령하나님이 친히 운전대를 잡으세요!

저는 따라 갈랍니다!

기도하며 가는데

 

저만치 눈속에 빠져가며 걸어가는 이가

왠지 낯설어 보이지가 않았다

 

추워보이는 모습!

총총걷는 모습이 매우 부자연 스러워

자세히 보니

절뚝거리며 걷는게 눈속이라

총총걷는다 생각했다

 

신호 건널목 불빛에 비친 얼굴은

오빠였다

어느 여인숙에 묶고 있다는 소릴 들었는데...

 

신호기가 나보다 먼저여서

오빠가 건너갔기에

그냥 서있었다

사거리라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몰라서...

 

가는 길 확인하고

앞서 행하여 뉴-턴하고 돌아와

오빠앞에 섰다

오빠가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차에 타세요!

오빠가는데 까지 태워 드리지요!

 

아니란다 금방도착 하니까 걱정말고

조심하고 가라고했다

제주 똥고집이 이렇게 눈보라치는 날도

꺾을 수 없는건가?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이 없다

 

잘가라고 인사하고

차를 돌리곤

멀찍이서 쫓아갔다

숙소를 알아야겠기에...

 

금방이라던 숙소가

보건소를 지나고 도남오거리를 지나고

광양노타리를 지나고

경찰서 못미쳐 대한생명 건물맞은편 골목으로...

 

얼른 차를 돌려 따라 들어 갔지만

행불이다

신산공원주변을 뒤져도 찾을 길이 없었다

오빠가 뒤따르는걸 알곤 숨어 버린것이다

 

집에 새벽에 왔다

잠을 이룰 수 없는 밤!

추운데 어딜 헤맬까?

집으로 가자고 해도 뿌리치는 오빠!

이젠 오빠 하고픈데로 해도 간섭하지

않겠다고 해도...

 

환갑이 지난 지금도

거리를 방황하며

다니는 오빠가 어디서 잘못 될까봐

오늘도 아픈맘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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