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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멕시코에서부터 시작된 신종 플루는 빠른 속도로 전 세계에 퍼져, 이제는 ‘온 누리 유행(pandemic)' 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7월 들어 초중고생을 중심으로 수십 명씩 집단 발병하고 있으며, 조만간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질 것 같습니다. 더불어 같은 시기에 볼거리도 중고생들을 중심으로 대량 유행중이라, 가능하면 단체 상황을 피하도록 하는 게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기왕 여름 방학도 했으니, 보충 수업은 올해만이라도 지양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저도 학부형인 입장에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거든요.
무서운가요? 사실은 저도 무섭습니다. 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최전방에서 맞이하게 될 사람은 저일 것이니까요. 단, 이번 신종 플루가 무서운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현재까지의 양상을 보면 통상적인 독감과 별 차이 없으며,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더위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전파 속도가 어느 정도는 사그라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늦가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다시 기승을 부릴 것인데, 환자 수가 많아지는 정도에 비례해서 진짜 못 말리는 변종이 나올 확률도 그만큼 높아질 것입니다. 그 유명한 1918년 스페인 독감도 그러하였습니다. 스페인 독감은 1918년 봄에 먼저 유행이 시작되었지만, 치명적인 질환은 아니었으며 여름이 되면서 사라졌습니다. 그러다가 가을이 되면서 다시 환자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봄철의 독감과는 전혀 다른 악질 변종으로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당시 기록을 보면 사망자가 너무나 많아서 부검도 제대로 못할 정도였다고 하더군요.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당시 우리나라도 피해가 적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는 유명한 의학 학술지인 JAMA 1919년 4월호(72권, 14호 981-983쪽)에 게재되기도 하였습니다. (전문을 보고 싶으시면 http://blog.naver.com/mogulkor/120003235528 아마 국제 학술지에 우리나라의 의료 상황을 주제로 실린 최초의 논문이 아닐까 합니다.)
해답은 바로 바이러스의 변이(mutation)에 있습니다. 보통 우리들은 다양한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에 대하여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된 맞춤형의 항체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모자라는 것은 매년 맞는 독감 백신으로 보완하여 질병에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신종 플루처럼 전혀 다른 유형으로 대형 변이가 생긴다면 이에 대비한 방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마치 열심히 시험 공부를 하고 갔더니만 시험 범위 이에서 문제가 출제된 난감한 상황과 같지요.
문제는 백신을 맞을 시기와 두 번째 유행이 시작될 시기가 적절히 맞아 떨어지면 좋겠는데, 두 번째 유행은 빠르면 9월일 것으로 보고 있고 새 백신 접종 시기는 늦어도 10월 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시간 간격과 순서는 백신을 먼저 맞고 약 한달 정도 있다가 유행이 시작되는 게 좋은데 말입니다.
그래도 할 수 없지요. 유행 이전이건, 이후이건 간에 어떻게 해서든지 백신은 맞아야 한다는 것이 정답입니다.
하지만, 가을철 재 유행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1918년 당시처럼 도처에서 사망자가 폭증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당시는 잘 짜여진 보건 방역 체계가 없었기에 더 쉽게 대량으로 전염이 일어났었고, 항생제가 없었기 때문에 합병증인 세균성 폐렴에 속절없이 당했으며, 타미플루 같은 항바이러스 제제도 없었지요. 현대는 그 당시의 이 세 가지 취약점들이 다 보완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설사 온 누리 대유행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대형 참사가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는 저만의 사견이 아니며, 저를 비롯한 해당 분야 전문 종사자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견해입니다.
- 1. 여러 정황으로 보아 혹시 신종 플루가 의심된다면(1-2주내 외국
갔다 오고, 감기 증세) 일단은 보건소에 먼저 가서 자진 신고하길 권합니다. 병원에 먼저 오는 것도 좋지만 신고 과정을 통해 결국은 보건소에 가서 검사와 타미플루를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 2. 병원 오실 때는 마스크를 꼭 착용하시는 센스! 마스크는 방진 1급
기준인 N95 마스크(특정 회사의 브랜드가 아니라, 유해물을 거르는 기준 표시)가 좋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한국산업안전공단 방진 1급 마스크가 이에 해당합니다. 공사장 같이 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착용하는 볼록한 마스크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걸 구입하시면 됩니다. 일반 마스크를 착용하게 될 경우에는 최대한 밀착해서 사용해야겠습니다.
- 3. 또한 타미플루는 기적의 약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모 방송에서 타미플루를 미리 먹어두면 신종 플루 발병을 미리
막을 수 있다는 뉘앙스로 보도를 해서 한때 타미플루를 미리 처방 받겠다고 병원이 문전성시를 이룬 적이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건강한 사람이 미리 먹는다고 신종 플루를 예방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타미플루는 이미 몸 안에 들어온 바이러스 자체를 공격하는 항바이러스 약제이기 때문입니다. 즉 몸 안에 세균이 없는 상태에서 복용한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무 근거 없이 타미플루를 복용하는 것을 권하지 않습니다.
- 4. 손은 수시로 씻어야지요. 신종 플루는 공기(정확히 말해서는 침방울)로 전염된다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종적으로 접
촉을 통해서 체내로 들어와야 감염이 성립됩니다. 공기를 타고 호흡기로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이보다 더 많은 경우인 손에 의한 접촉은 최대한 막아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부지런한 손을 씻어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마스크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외출했다 귀가하면 반드시 손을 씻으라는 권장 사항을 고리타분한 소리로 간주하지 마세요. 가장 중요한 수칙입니다.
- 5. 올해는 백신을 총 3번 맞으셔야 합니다. 매년 맞는 독감 백신 한 번, 그리고 신종 플루용 백신 2번(한 달 간격으로)을 맞으셔야
면역적인 대비를 완비할 수 있습니다.
- 6. 그리고 무엇보다도 보건 당국을 불신하지 말아야 합니다. 불안감 및 불신감의 반영으로 항간에는 온갖 속설, 요설들이 판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만화 같은 음모론에 현혹되지 마시고 질병관리본부나 보건 당국을 신뢰하는 것이 스스로의 건강을 챙기는 가장 소중한 지름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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