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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미술치료를 통해 밝은 웃음을 찾은 예빈이와 예린이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성빈센트병원에서 육년 전 태어난 쌍둥이 자매는 안타깝게도 태어나면서 하지가 마비되는 병을 앓아야 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몸의 고통 때문에 마음까지 상처를 입는다는 것. 언제나 우울하고 소심하던 예빈이와 예린이는 미술치료를 받고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미술치료 시간을 기다릴 정도로 적극적이었어요. 아마도 치료라는 생각 보다는 놀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선생님들이 모든 아이들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써주면서 함께 놀고 함께 그려가면서 마음을 달래주니까 정서적으로 아이들이 안정이 되었구요. 무엇보다도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사회성을 기를 수 있어 좋았어요.” 예빈이와 예린이 엄마는 까닭도 없이 불안해하고 산만하던 아이들이 미술치료를 통해 안정을 찾았다고 기뻐한다. 그리고 또 그녀는 미술치료가 치료가 아닌 사랑이라는 말을 이어간다. 어디 예빈이 예린이 엄마뿐일까. 미술치료를 지켜보는 부모들의 입가에 봄꽃처럼 맑은 웃음이 감도는 걸 보며 미술치료를 시행하는 사람들의 정성과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느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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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재활센터에서 미술치료를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지난 2005년 가을 병원 내 소아재활센터를 개설하기 위해 준비하던 권정이 교수는 어른의 눈높이가 아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치료가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보다 특별하고 보다 우수한 재활치료를 통해 아픔을 딛고 아이들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씩씩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권정이 교수의 아이 사랑은 그렇게 미술치료라는 결실을 맺게 되었다. “재활치료의 목적은 치료를 통해 다시 온전한 사회구성원으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장애 아동이라는 이유로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취급받는 것이 못마땅했습니다. 특히 예술 교육에서 장애 아동들이 겪는 차별은 심했지요. 이런 차별을 없애는 것이 치료의 가장 주된 목적이었고 그 목적을 시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미술치료였지요.” 미술치료를 선택한 권정이 교수는 수원에 위치한 대학교의 홈페이지를 일일이 뒤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수원여자대학에 아동미술과를 알게 되었고 아동미술과에서 미술치료를 가르치는 최재영 교수는 권정이 교수가 내민 손을 기꺼이 마주 잡았다. 소아재활치료와 미술치료라는 두 영역이 하나가 되어 더 큰 빛을 내품는 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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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미술치료란 말은 우리에게 낯설기만 하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치료를 정신과 환자들이나 자폐아동 등 극히 일부의 사람들을 위해 행해지는 치료법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미술치료의 범위를 한정시키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다.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표현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이는 노래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어떤 이는 글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그리고 또 어떤 이는 미술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존재하는 한 미술치료의 가능성은 무한히 열려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아재활치료와 미술치료는 어떤 상관관계가 존재할까. “아이들은 어른이 알아듣지 못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합니다. 그런 메시지를 읽어내어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치료를 시행할 수 있도록 미술치료는 돕고 있지요.” 수원여자대학의 최재영 교수는 미술치료가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을 위한 치료법으로 쓰이기를 바란다고 말을 잇는다. 여러 사회단체에서 미술치료를 시행하는 최재영 교수는 그처럼 여러 곳에서 미술치료를 할 수 있는 힘이 자신이 아닌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과 미술치료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고 말한다. 그의 겸손과 사랑이 빛난다.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에서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는 우연히 만난 어린 왕자에게 양을 그려준다. 어떤 양은 늙었고 어떤 양은 어렸다. 모두 어린 왕자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양이 들어갈 만한 조그마한 상자를 그려주었을 때에야 비로소 어린 왕자는 만족한 표정이다. 자신이 원하던 양 한 마리가 그 속에 담겨 있다고 믿는 까닭이다. 미술이란 이처럼 상자 속에 담겨 있는 양을 보게 하는 힘이다. 이제 성빈센트병원과 수원여자대학의 미술치료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풀밭을 뛰어다니는 착한 양을 만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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