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수술한 뒤 왜 방귀를 껴야할까요?

어울령 2010. 7. 26. 05:41

 

한갓 이야기로 치부하기에 방귀쟁이 며느리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뜻은 크다. 비록 냄새가 나는 방귀이나 우리 몸에는 꼭 필요한 것이니 함부로 나무라거나 업신여기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닐까.
국어사전을 보면 방귀란 “음식물이 배 속에서 발효되는 과정에서 생기어 항문으로 나오는 구린내 나는 무색의 기체”라고 정의되어 있다. 방귀 특유의 구린내는 방귀 가스에 포함되어 있는 유황 같은 특정한 가스 때문이며,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방귀를 참거나 부끄러워한다. 특히 유난히 방귀를 자주 내보내는 사람들은 자신의 장을 원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방귀를 학수고대하며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복부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복부 수술 뒤에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신호탄이 바로 방귀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방귀가 나와야 그때부터 환자는 음식물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냄새가 지독한 방귀가 나와야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걸까? 방귀란 바로 장운동의 간접적인 거울이기 때문이다.

복부 수술 뒤에는 대개 일시적인 장 마비가 온다. 이는 장이 잠시 정상적인 활동을 벗어나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 절제를 받은 환자들의 장 문합 상처가 아물고 장운동이 돌아오기 위해서는 수술 후 약 3-4일이 필요하다. 그러나 수술 후 복부 내에 염증, 출혈 등이 생긴다든지, 장 폐쇄증이 오게 되면 장운동이 돌아오지 않게 된다. 따라서 방귀를 통해 장 문합의 상처가 잘 아물었는지 수술은 얼마나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장운동이 정상적으로 시작하고 방귀가 나올 때까지 환자는 음식물 섭취를 미루는 것이다.
시원한 방귀 소리는 힘찬 장운동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제부터 자랑스럽게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다는 신호이니 배고픈 환자들에게는 얼마나 기쁜 소식이겠는가? 냄새가 독하면 어떠랴, 수술 뒤 환자에게 방귀는 이처럼 수술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려준 파란 신호등인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도 방귀소리를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들을 생각하며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