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시] 아, 백령(白翎)이여 / 김현미 흰 깃 떨어진 곳에 누가 검은 달을 묻는가? 바다가 하늘을 바라며 투명한 진실에 닿기까지 숨죽여 일어서는 탄식의 소리, 시간을 끌며 가라앉아야 할 명령을 어기고 슬픈 조각 하나가 새퍼렇게 올라왔다. 숨길수록에 분명한 사리와 조금도 변명되어질 수 없는 아픈 명치 있거든 백령(白翎)이여 침묵의 .. 김현미작품 2010.04.14
[스크랩] 세한도(歲寒圖) 세한도(歲寒圖) / 김현미 솔소리 하얗게 내려선 세한도(歲寒圖), 옛사람 절로 그립다. 누구는 빈가슴 새우고 문턱 겨우 넘어왔다는 솔향마저 여백인 집 기침 소리 두어 번, 눈물로 엎드린 밤이면 붓을 적시는 야윈 그림자에 일필서(一筆書) 날리오. 한 세월 두루말아 오시구려 낙엽 지고 찬 바람 구르면 .. 김현미작품 2010.03.16
[스크랩] 어머니의 기일 어머니의 기일 / 김현미 저문 밤 오두카니 홀로 남겨져 바람가지 분질러 불섶 사르나니 빛으로 들려오는 이야기 가슴 저며 그립구나 가끔씩 들춰 보는 기도서 빛바랜 뽀얀 세월 덧칠로 전설의 꽃 피어나 오늘 다시 펼쳐 보네 당신 발자국 따라 찍지 말라고 차라리 내 아프고말 모정(母情) 손사래 치시.. 김현미작품 2010.02.15
하늘, 靑 하늘, 靑 / 김현미 소낙비 한바탕 쓸고 간 자리 하늘은 오로지 靑! 누구를 위한 것인가 먹장구름 겹겹 깊숙이 감추어 두었던 저 해양심층수는 은행나무 푸르륵 오체를 털어 물냄새 훅 끼치면, 호르륵 떼지어 날아오르는 초록물고기들 물 밑 속속들이 그 오글거리는 마음이 끌려 나온다. 물색을 가르며 .. 김현미작품 2010.02.14
[스크랩] [영상시] 눈은 내리고 / 김현미 눈은 내리고 / 김현미 그리움 물살 퍼지듯 은빛 어깨 들썩이던 호숫가에, 이 밤 눈은 내리고 푸른 기억에 차마 바다로 흐르지 못한, 물그림자 닫는 마음아 표창같은 눈송이 발 끝에 앉으면, 비명(悲鳴 )에 갇힌 가슴에 살핏 붉은 울음 아아ㅡ 하얀 눈 위로 검은 피 뚝, 뚝, 흘리는 그대, 상흔(傷痕 )이여 .. 김현미작품 2010.01.12
그리움에 치어든 날 하늘도 내 맘 같아 흐릿하였든가 따스한 햇살 하 그리운 남은 가슴에 이는 바람으로 봄을 일으키리라 너무나 길지 아니 하였든가 그 겨울은 달빛 한숨에 눈물로 길을 묻던 없는 듯 있는 듯 아득히 더듬어온 봄, 봄 내 가슴 찢는 소쩍 소리 묻어온다 해도 핏빛 아픔 물들인다 해도 아롱 아롱 이슬에 반짝.. 김현미작품 2009.11.19
톱니처럼 자라는 슬픔에게 하늘이 온통 멍투성인 까닭은 저를 대신하여 가슴치는 일이 많았음이라 말라버린 눈뿌린 붉어지도록 밑둥부터 저릿저릿 젖이 돌기시작하면 수양 홀로 앉은 강가에 부연 물안개가 젖어오고 노랗다가 얼뜬 단풍이었다가 까마중처럼 익어가는 그 하늘에는 이제 너의 가슴 다른 한쪽이 둥글게 떠오를 것.. 김현미작품 2009.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