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뇌질병 없는 사회를 꿈꾸다

어울령 2010. 8. 17. 09:36

 

병을 앓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꿈은 병을 치료하고 다시 건강한 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병을 이기려는 노력은 인간의 역사 속에서 언제나 존재해 왔다. 그러나 우리 의학은 세상의 모든 병을 치료하지는 못한다. 어쩔 수 없이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병에 시름하고 병에 아파하고 병에 괴로워한다.
난치성 질환이라 불리는 많은 병들은 더욱 더 깊은 병의 나락으로 인간을 내몬다. 그 나락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서 사람들은 무수히 많은 시도를 되풀이 했다. 진시황은 불로장생약을 찾아 떠돌았으며, 마야인들은 머리를 가르고 그 안에 황금을 넣어 불멸을 꿈꾸었다. 가야인들은 머리를 길게 늘려 보다 깊은 하늘의 뜻을 알려고 했다. 그러나 모든 노력들은 수포로 돌아갔다. 인간의 한계는 언제나 병 앞에 무력하기만 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또 다시 병을 이기기 위해서 노력해 왔다. 그곳에서부터 의학은 발달하기 시작했다. 하나둘 난치성 질환으로 여겨지던 병들이 마침내 사람들의 앞선 의학에 의해서 치료되기 시작했다. 그토록 오래 염원하던 희망이 빛이 하나둘 어둠 속에서 빛났던 것이다.

지난 2005년 난치성 환자들에게 찾아들었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것은 사실 절망에 가까웠다.
줄기세포라는 새로운 희망이었다. 아직 세포로 자라지 않은 미성숙 세포들을 각각의 질병에 필요한 세포로 분화시킬 수 있다는 정말이지 놀랍도록 획기적인 치료방법이었다. 손상된 모든 조직들이 심지어 한 번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던 뇌 질병까지 치료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제라도 곧 난치성 질병들을 치료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기대는 한 순간에 모두 무너졌다. 황우석 사태라고까지 불렸던 이 거짓 앞에서 울어야 했던 것은 난치병 환자들뿐만이 아니었다. 거짓 없이 오로지 병을 이기겠다는 일념 하나로 줄기세포를 연구하던 다른 의과학자들까지 함께 울어야 했다. 그러나 그 깊디깊은 절망의 어둠 속에서 줄기세포 연구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가톨릭의과대학 강남성모병원 신경외과 전신수 교수였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줄기세포를 연구하기 시작했던 시기는 2000년 무렵이었습니다. 전기자극술을 비롯해 난치성을 극복하기 위한 몇 가지 대안 가운데 하나로 연구가 시작되었죠. 처음에는 사실 희망 보다는 회의가 더 많았습니다. 연구를 하는 당사자는 믿음으로 시작했지만 주위에서는 줄기세포 연구를 별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거든요.”
그런 분위기를 가능성으로 바꿨던 것이 부끄럽게도 황우석 박사였다. 그러나 황우석 박사의 연구가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줄기세포를 연구하던 다른 모든 의과학자들을 거짓말쟁이로 치부해버렸다. 연구자에게 그것은 형벌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전신수 교수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 즈음 겨우 줄기세포를 통한 희망의 빛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환자 치료 임상시험의 연구자(국내최초), 줄기세포를 이용한 뇌졸중 치료제 개발 연구자, 줄기세포를 이용한 혈관성 치매 치료제 개발 연구자 등 전신수 교수가 수행 중인 연구는 그야말로 난치성 환자를 위한 힘든 노력들이다. 의사의 길을 걸어가면서 전교수도 쉬운 길을 갈 수 있었을 터였다. 힘들고 어려운 연구 보다는 조금 더 편한 길을 찾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신수 교수는 의사의 길이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것에 있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러기에 끊임없이 노력학고 또 노력하는 연구자가 되었다. 그런 전신수 교수도 한때는 연구자의 길에서 도망가고 싶었노라고 회고한다.
“시약청으로부터 최초 임상시험 허가를 받았어요. 줄기세포가 본격적인 의학으로 인정받았던 것이지요. 2005년에 응급임상시험으로 4명의 척추 환자들을 시험했고 2006년 연구자 임상으로 뇌졸중 환자 13명을 시험했죠. 그런데 그때 문득 내가 지금 큰 일을 하고 있구나. 내가 잘못하면 다시 한 번 시끄러운 일이 발생하겠구나. 그런 생각들이 들면서 내가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어요. 내가 잘 가야 한다. 그래야 후임 연구자들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다,

그런 생각에서부터 혹시 부작용이 없을까 등등 부담감이 엄청났어요. 처음이라 그런지 제게 쏠리는 시선도 많았고요.”
부담감이 커지던 어느 날, 전신수 교수는 모든 것을 두고 달아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말을 이었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미 국민들은 커다란 실망을 한 번 안은 뒤였다. 다시 그런 실망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는 도망 갈 수 없었다. 그가 도망가고 싶었던 그 길 끝에는 작은 불빛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여, 전신수 교수는 세상사와 상관없이 연구에 연구만 해나갔다. 그래, 보여주자. 성체줄기세포가 난치성 질병을 극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 주먹을 불끈 쥐며 전신수 교수는 그런 생각을 했을 터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2006년 국내최초로 줄기세포 임상시험을 허가 받았다. 사실, 이는 엄청난 성과였다. 전신수 교수가 받았던 허가는 단순한 연구 성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생명윤리를 함께 지키는 인간 사랑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섣부른 희망을 주기는 싫었어요. 환상이 크다보면 잘못된 연구의 길로 빠져들게 되죠. 그건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길이 아니에요. 사람의 목숨을 앗는 길이지요. 제가 제 연구 성과를 쉽게 말하지 않는 것은 바로 그런 까닭입니다.”
연구 성과를 묻는 질문에 전신수 교수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가장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알기 위해서는 섣부른 희망이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 물론 지금까지의 성과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의학 기술이 뇌암, 뇌종양, 치매 등에 중요한 치료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처럼 전신수 교수가 조심스러운 것은 단순한 가능성의 희망 보다는 손에 잡히는 뚜렷한 희망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직까지 줄기세포의 정확한 기점을 알 수 없다. 다만 난치성 환자들에게, 더욱이 뇌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줄기세포는 커다란 희망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 희망은 전신수 교수에게서 빛이 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전신수 교수는 조심스럽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려 한다. 그가 가는 길이 곧 새로운 길이기 때문이다.

<<전신수 교수가 연구하는 성체줄기세포란>>

줄기세포란 다양한 신체 조직으로 커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포를 말한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서로 다른 세포나 장기로 성장하는 일종의 씨앗 세포로 모세포 혹은 간세포라 불리기도 한다. 이런 줄기세포에는 인간의 배아(즉 난자)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와 탯줄이나 다 자란 성인의 골수와 혈액 등에서 추출할 수 있는 성체줄기세포로 나누어진다.
이 중 배아줄기세포는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는 생명 그 자체를 파괴하는 행위로 생명윤리에 어긋나는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전신수 교수가 연구하는 성체줄기세포는 뼈와 간. 혈액 등 구체적 장기의 세포로 분화되기 직전의 원시 세포를 말한다. 성체줄기세포의 경우 각각의 신체로 발전하기 이전의 특징을 선별 사용함으로써 생명윤리를 지키는 동시에 뛰어난 치료 효과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전신수 교수 프로필>>

  • 학력
  • 가톨릭의과대학 졸업
  •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신경외과 석사, 박사
  • 1998-2000 해외연수 Cleverland Clinic Foundation
  • 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
  • 주요경력
  • 대학의학회 고시의원
  • 대한두개저 학회 총무이사
  • 대한 소아신경외과 학회 총무이사
  • 가톨릭 성체줄기세포 사업단 운영위원
  • 포-가 의생명공학 연구원, 가톨릭의대 연구위원장
  •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국립장기운영위원 임명
  • 보건복지부 선정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외과계 의료전문위원 선정
  • 수행중인 연구과제
  • 줄기세포를 이용한 뇌졸중 치료제 개발
  • 줄기세포를 이용한 혈관성 치매 치료법 개발
  • 줄기세포를 이용한 뇌종양 치료법 개발
  • 흰쥐의 척수손상 동물 모델에서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이식술 개발
  • 국내최초,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동종 제대혈 유래 간엽 줄기세포의 치료효과 평가를 위한 임상시험
  • 주요수상경력
  • 1997 가톨릭의대 선정 This year's nuerosurgeon
  • 2005 대한신경외과 학회 최우수논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