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이야기·아기방

"수다로 가득한 예비 엄마들의 사랑방!"

어울령 2010. 8. 16. 11:23

 

예비 엄마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뱃속에 아기를 담고 있다는 공통점 때문에 엄마들은 금세 오랜 벗처럼 친해진다. 그들의 재잘거림이 작은 웃음꽃으로 필 무렵,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호빵을 들고 하얀 가운의 의사가 교실에 들어선다. 바로 성바오로병원 임산부교실의 담임 선생님인 박인양 교수. 고등학교나 중학교 교실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그래도 명색이 교실이라는 이름인데 첫 시간부터 호빵을 들고 들어오는 선생님을 보며 학생들은 어떤 마음이 들까, 잠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그것도 아주 잠깐, 똑똑한 학생들은 연꽃을 손에 든 붓다의 마음을 쉽게 알아차린 가섭처럼 선생님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호호호 호빵을 손에 든다. 그때부터 교실은 교실이 아니고 사랑방이 된다. 예쁜 아기를 함께 소망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 바로 성바오로병원 임산부교실의 첫날 풍경이다.
성바오로병원의 임산부교실은 일 년 열두 달 쉬지 않고 열린다. 일주일에 한 번, 매달 첫째 주 금요일에 열려서 넷째 주 금요일에 끝나는데 일 년에 이 교실을 졸업한 학생이 200여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물론 요가나 체조를 병행하는 상업적 목적의 임산부교실에 비하면 박인양 교수가 꾸려나가는 성바오로병원의 임산부교실은 작고 초라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겉모습일 뿐이다. 교실 안에 펼쳐지는 풍경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다른 곳에서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 큰 사랑이 이곳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강한 아이를 바라는 것은 비단 예비 엄마들만이 아니잖아요. 그러나 현실은 참 무섭기만 해요. 매스컴 등에서는 오히려 잘못된 출산 지식을 제공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임산부교실은 그런 현실 속에서 보다 올바른 출산을 돕는 게 목적이지요. 같은 편이 된다고 할까요, 예쁜 아기를 바라는 한 가족의 마음이 된다고 할까요.”

임산부교실의 박인양 교수, 그는 이렇게 임산부교실의 목적이 건강한 아이를 꿈꾸는 한 가족의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그랬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임산부교실에 비해 성바오로병원 임산부교실이 뛰어난 것은 의사와 환자, 혹은 선생과 학생이 아닌 모두 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힘에 있었던 것이다.
임산부교실은 수업시간은 매주 다양한 주제를 통해 진행된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이 차지하는 시간이 박인양 교수가 진행하는 출산 관련 지식들.
의사가 진행하는 수업이 아니라 말 잘하는 이웃집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 같다. 권위와 체면을 벗어던지고 더 많은 지식을 전달하려는 박인양 교수의 마음이 엿보인다. 그렇다고 마냥 아무렇게나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알짜배기 정보들이 박인양 교수의 한마디 한 마디에 담겨 있으니 엄마들이 귀를 쫑긋 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박인양 교수의 강의가 끝나면 그때부터는 모두 둘러앉아 서로의 경험담이나 궁금증을 나누는 열린 수업이 진행된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사랑방이 성바오로병원에 펼쳐진다. 한 시간 정도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동안 궁금했던 출산에 대한 것들을 하나 둘 알아가게 된다.
출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조금씩 해소해 나가는 것도 바로 이 시간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이 임산부교실의 담당 간호사인 이정희 간호사가 이끄는 실습 수업. 출산을 위한 라마즈 호흡법 등을 이 시간에 배울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수업이 부족했던 엄마들을 위해 따로 보강을 진행하기도 한다는 점. 건강한 출산을 위해 이정희 간호사가 벌이는 노력이 또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첫날 풍경이 따뜻한 것처럼 성바오로병원의 마지막 날 풍경도 따뜻하기 그지없다. 교실을 이끄는 산부인과 박인양 교수가 자신의 사비를 털어 수유베개를 임산부교실 학생들에게 나누어준다. 수유베개를 받아 든 산모들은 분명 행복하고 아름다운 꿈을 키울 것이다.

사람은 왜 손가락이 열 개일까. 함민복 시인은 그것이 “엄마 뱃속에서 몇 달 은혜입나 기억하려는 태아의 노력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바로 이 세상 가장 예쁘고 소중한 꿈이 예비 엄마의 뱃속에 담겨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을 건강한 출산으로 이어나가기 위해 오늘도 성바오로병원 임산부교실은 활짝 문을 열어놓았다.
임산부교실이 예비 엄마들을 위한 자리라고, 천만에 만만에 콩만의 말씀. 임산부교실에서 만난 이성규·신정희 부부는 결혼 2년차의 신혼부부. 아내가 병원을 가는 날이면 언제나 함께한다는 이성규씨는 임산부교실을 통해서 아이의 존재감을 보다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처음 아이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던 그 순간부터 아이를 낳는 그날까지 아내와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산은 단순히 아내 혼자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임산부교실에서 배운 것은 이렇게 출산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아이와 아내, 그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인 거 같아요.”

이성규씨는 이어서 보다 건강한 아이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아빠들도 꼭 임산부교실에 참여하라고 권한다. 임산부교실을 통해 더 큰 사랑을 배워가고 있다는 이성규·신정희 부부. 그들의 뱃속에 아이는 아빠의 말을 알아들었을까? 임산부교실을 끝나고 집에 돌아가기 전에 예삐 아빠가 엄마 배 위에 가만히 손을 얹고 뱃속의 아이에게 행복을 다짐하고 있다. 예쁘고 소중한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