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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암과 에이즈를 고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예방 의학을 비롯해서 각종 의학의 발달은 병을 치료하는 시대를 넘어 병을 미리 예방하는 시대에 우리를 살아가게 만들어 준다. 그럼에도 소아와 청소년에 대한 의학 수준은 다른 분야의 그것보다 조금 뒤쳐져 있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소아와 청소년은 일반 성인들과는 달리 하루하루 신체적 변화를 겪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의학은 소아와 청소년을 보다 더 많이 알고 연구한 의학자들에 의해서 전문적으로 이루어져야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그런데도 최근에 와서야 ‘소아청소년과’라는 이름이 정식적으로 쓰일 수 있었다는 사실이 다른 분야에 비해 소아와 청소년과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조금 뒤쳐져 있음을 의미한다. 어쩌면 그것은 의학 수준이 아닌 의식 수준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소아와 청소년이 분명이 다른 인격체임에도 성인과 똑같이 쉽게 취급하려 했던 그 동안의 안일한 정신, 그것은 비단 일반인들에게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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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에 대한 의학이 아직 미흡한 수준인 이 때에 대전성모병원 이경일 교수의 논문은 그야말로 가문 날 내리는 단비처럼 반가운 정보이다. 이교수의 많은 연구 논문들 중 하나로, 소아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에 관한 것이다.
마이코플라즈마란 바이러스보다 조금 크고 일반 세균 보다는 매우 작은 세균의 일종으로 폐렴을 일으키는 비교적 흔한 원인체 중의 하나. 보통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를 통해 이 질병은 쉽게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항생제에 대해 반응하지 않고 진행하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의 경우 일부 환아들을 위험에 빠뜨리고는 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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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부터 2003년 까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환자 559명 중 항생제의 효과가 없는 난치성 폐렴 환아 15명을 대상으로 스테로이드치료를 실시했습니다. 이런 치료를 통해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마이코플라즈마 환아들을 치료할 수 있었죠. 그 치료와 제 학문적 연구를 바탕으로 마이코플라즈만 폐렴에 관한 논문을 새롭게 썼습니다.”
스테로이드란 생체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으로 대부분의 난치성면역질환들의 면역체계를 조절하는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그렇다고 스테로이드를 무작정 사용할 수는 없다. 스테로이드의 오남용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스테로이드 치료를 위해서는 피땀 어린 연구와 실험, 그리고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또한 이교수의 실험실에는 5~10년이 넘는 면역 관련질환에 관한 혈청과 시료들이 즐비하다. 이교수는 환자의 진찰이 끝나도 밤 열시가 넘도록 연구실에서 공부와 연구, 그리고 실험을 하는 것으로 동료 및 주위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그만큼 이 교수는 남다른 의학 사랑을 가지고 있다. | |
“다양한 질병들의 발생과 임상 양상은 인종 및 문화적, 경제적 발전 단계 등 환경 인자에 영향을 받습니다. 서구에서 확립되어 온 질병에 대한 해석과 치료법 등에 항상 의구심과 질문을 갖는 태도와 함께, 다른 의학분야의 지식을 원용할 수 있는 폭 넓은 공부가 필요한 것이지요. 그리고 그것이 소아와 청소년 질병에 관련 된 것이라면 더욱 투철한 자기 사명이 있어야 합니다. 소아와 청소년은 작은 인체가 아닙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그들은 날마다 날마다 자라나는 작은 우주라 부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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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코플라즈마 폐렴에 관한 이경일 교수의 논문이 국내에 발표되었을 때 반응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경일 교수는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이 교수에게 연구는 그 자체로 의학에 대한 깊은 사랑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장래 우리나라를 이끌고 갈, 미래의 국가 동량들을 돌보는 중요한 사명이라고 이 교수는 생각한다. 그러기에 이 교수는 늦은 밤 아무도 없는 연구실에 홀로 앉아 있는 것이 결코 외롭지 않다. | |
이경일 교수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에 관한 논문을 국내외에 계속해서 발표하던 어느 날, 외국의 유명 의학 학술지에서 투고 요청이 들어왔다. 국내에서는 미흡했던 이교수의 학문적 성과가 외국에서도 크게 인정을 받았던 것이다.
항생제가 듣지 않는 중증 환자에 대한 스테로이드제와 같은 면역 조절제의 치료법이 이 교수를 통해 제시되었으며, 마이코플라즈마 감염의 성립 과정에서 인체의 호흡기내에 존재하는 정상 세균들이 관여할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또한 역학적 특성으로 한국에서 유행주기가 3-4년 정도로 빨라 어린 소아에게 많이 발생하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서구에서는 유행주기가 5-7년 정도로 길어 젊은 성인에서의 발생률이 높은 점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혈청학적 진단법의 장단점 등이 밝혀지기도 했다.
“아니에요. 저는 뭐 게으른 편이지요. 제가 일본에서 10여년 전 1년간 공부했는데, 그때 대부분의 일본 의사들은 평일은 물론 토요일이나 일요일 같은 쉬는 날에도 밤 10시가 넘는 시간까지 병원에서 공부를 하더군요. 그때 제가 느낀 심정은 부끄러움이었습니다. 제 경우에도 진찰과 치료의 피곤함을 핑계로 그때까지 연구를 게을리 했으니까요. 그러니 업적은 무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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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줄이는 이경일 교수의 얼굴에 엷은 웃음꽃이 가득하다. 환자를 사랑하는 이교수의 마음이 그렇게 웃음꽃을 통해 피워난다. 사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에 관한 연구는 단순히 이경일 교수의 업적을 넘어선다. 그것은 지금까지 치료가 어려웠던 마이코플라즈마 폐렴환자들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이 도입됨을 의미하며, 폐렴으로 고생 받는 더 많은 소아 청소년들에게 희망이 되기도 한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가 들지 않는 환자의 경우 많은 환아와 의사들이 고통을 받았으며, 실제로 생명을 잃는 사례도 적지 않았던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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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 교수가 의사의 길에 접어든 것은 조금 엉뚱한 생각 때문이었다. 이 교수는 어렸을 적에 호기심이 많아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고3때 수학 시험에서 0점을 받은 후, 복잡한 수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그 고민 끝에 나온 것이 바로 의사의 길. 그러나 여우를 피하려다가 호랑이 굴에 들어간 꼴이었다고 이 교수는 웃으며 말을 잇는다. 수학은 하지 않아도 좋았지만 공부해야할 더 많은 것들이 생겨났다. 다행히 호기심이 많았던 이 교수는 그 모든 것들을 재미로 받아들였다. 학생이었던 때 이경일 교수는 의사가 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의학 혜택을 주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막막하기만 했다.
“제가 처음 소아과에서 환아들을 돌보기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 보면 지금은 의료 기술이 많이 발전했습니다. 제가 치료 중에 이러한 혜택을 못 받아 생명을 잃었던 환아들은 대부분 기억이 납니다. 그럴 때마다 제 자신이 초라하고 부끄러웠지요. 그들에게 더 큰 행복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결코 연구를 멈출 수 없었고요.”
0점을 피하기 위해 시작한 의사의 길, 그러나 이경일 교수는 살펴본 것처럼 이제 100점짜리 의사가 되었다. 그러나 이경일 교수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이경일 교수는 가능하다면 기초 연구자들의 도움으로 아직 풀지 못한 가와사끼병의 원인을 포함한 몇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다고 말을 잇는다. 그리고 욕심을 더 부려 인체에 나타나는 감염성 질환, 면역 질환 및 암을 포함하여 인체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모든 기전들을 통합하는 가설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이런 가설은 현재 이경일 교수를 통해 실제로 연구되고 있기도 하다.
“의사의 본분은 찾아온 환자를 돌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연구와 학문을 후배들에게 다시 나누어주는 것이지요. 저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두 가지를 지키며 살 것입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랐던 한 시인처럼 이경일 교수는 그렇게 죽는 날까지 환자의 곁에서 한결같이 환자를 위한 연구를 하며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뒤에는 생명의 소중함과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환자 중심의 대전성모병원이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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