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사랑으로 세상을 열다

어울령 2010. 8. 14. 08:17

 

아프고 지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기 위해 이 땅에 가톨릭의과대학 의정부성모병원이 세워진 지 50년. 2008년 의정부성모병원은 개원 50주년을 기념하며 '사랑으로 밝은 세상 만들기' 사업을 통해 그 반백년의 역사 속에서 실천해왔던 사랑을 좀 더 넓게 펼치고자 노력했다.

‘사랑으로 밝은 세상 만들기’ 사업은 지난 해 5월 안과 이영춘 교수가 의정부 탄현동의 홍순애 씨를 수술하면서부터 실시되었고, 그 후 80명(110안)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이 수술을 통해 밝은 세상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많은 수술 가운데 중심에서 활발한 활동을 한 사람이 바로 양지욱 교수였다.

“요즘에는 의학이 발달해서 백내장은 그리 큰 병이 아닙니다. 수술을 통해서 거의 완치가 되는 병이지요. 하지만 이런저런 형편 때문에 수술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모든 병이 그런 것처럼 백내장 또한 정도가 깊으면 치료하기가 쉽지 않아요. 형편이 어려워 치료할 수 있는 병을 제 때 치료하지 못해 환자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볼 때, 의사는 가슴이 아프지요.”
수술을 받고 다시 밝아진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된 사람들은 양지욱 교수를 비롯한 안과 의사들, 그리고 의정부성모병원에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달한다고 한다. 그들 모두 보호자도 없이 병원을 찾아야할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다. 의정부성모병원이 아니었다면 남은 날들을 어둠 속에서 보내야했을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수술을 받은 사람들을 통해 오히려 양지욱 교수는 감사의 마음을 배운다고 한다. “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의사를 선택하게 된 거창한 동기가 없습니다. 형제들이 다 의대를 들어가서 아주 자연스럽게 의대를 선택했죠. 그리고 이곳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안과의 여러 교수님들을 통해서 눈이야말로 진정 소중한 몸의 재산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그렇게 안과를 선택하고 또 이번 사업을 통해서 감사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진정 의사로서의 보람과 기쁨을 느끼게 된 것이죠. 그러니 당연히 감사는 제가 해야 하지 않을까요?” 겸손이라고 하기에는 양지욱 교수의 웃음이 너무 맑기만 하다.
개안사업은 의정부성모병원 보직자와 안과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로 올 2월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이 지역 무료 진료 사업을 할 때 안과 전공의가 동행하여 백내장 수술이 시급히 필요한 대상자를 선별하고 신속하게 진료 및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고 있다. 또한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편의를 위해 외래 방문 당일에 수술 전 사전검사까지 모두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런 세심한 배려와 정성어린 치료는 겉치레로 치러지는 선전용 사업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것들이다. 참으로 큰 사랑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

그럼에도 양지욱 교수는 가슴이 아플 때가 많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시 좋아진 시력을 느끼며 기뻐하지요. 하지만 그 시기를 놓친 사람들이 간혹 있어요. 그들에게는 수술도 필요가 없죠. 그런 사람들을 볼 때면, 또 합병증이나 다른 증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가 수술 전에 발견해서 수술을 하지 못하게 되는 사람들을 대할 때면 가슴이 아프고 죄송스럽고 그렇습니다.”

그런 아픈 가슴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양지욱 교수는 이런 사업이 좀 더 많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을 이었다. 그것이 비록 몸을 힘들게 하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결코 힘들다고 감히 말할 수 없는 숭고한 일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의사입니다. 모든 관점이 의사가 아닌 환자에 맞춰져야 하는 것이 바로 그런 까닭이죠. 수년간 의사 생활을 하다 보니 결국 의사들은 교과서나 교실에서부터가 아닌 환자로부터 배운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사업을 통해서 제가 배운 것은 바로 그런 것들입니다. 환자가 바로 세상에서 가장 큰 스승이라는 사실이죠.”
그랬다. 환자를 이 세상에 가장 큰 스승이라고 여기고 있으니 양지욱 교수의 가슴에 그렇게 큰 사랑이 담길 수 있었던 것이다. 심청이가 효심이라는 이름으로 가지고 있던 사랑, 예수가 이 땅에 온 이유의 근원이 되는 사랑, 그리고 아픈 눈을 치료하며 양지욱 교수가 배우고 얻는 사랑. 때로는 힘이 들고 때로는 삶이 버거울지도 모른다. 그리고 때로는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자기 함정에 빠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양지욱 교수는 그런 모든 것들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는 사랑을 가르쳐주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랑이 하나둘 모여 우주가 좀 더 밝아짐을 느끼게 되는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