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미국을 버리고 한국을 선택하다/비만은 병이다

어울령 2010. 8. 11. 08:44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2007년 지난 해 우리나라 20세 이상의 성인 인구 가운데 31.7%가 비만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1998년 26.3% 보다 무려 5% 이상 증가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더 이상 비만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음을 시사하는 발표였다. 더욱이 이 정도의 증가 추세라면 2030년 즈음에는 우리나라 인구 가운데 절반이 비만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발표되어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말해주는 듯하다.

비만이 건강을 위협하는 중요 요소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비만은 그 차체의 문제와 더불어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관련 질병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더욱 위험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비만에 대한 치료와 관심이 미흡하기만 하다. 미국의 경우,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경제부흥기를 맞이하던 1960년대부터 비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비만에 대한 본격적인 치료가 시작된 것은 불과 10년이 넘지 않는다. 그야말로 비만 치료에 관해서라면 우리나라 의학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는 셈이나 다름 없다.
열악하기만 한 우리나라 비만 치료의 환경 속에서 이홍찬 교수와 같은 이를 만나는 것은 그야말로 단비가 아닐 수 없다. 가톨릭의과대학 성모병원 고도비만대사성질환수술클리닉의 이홍찬 교수, 이교수는 비만 치료의 메카라 불리는 미국에서 이미 120여 차례 이상 고도비만에 관한 복강경 수술을 마친 바 있다. 그런 이 교수이기에 미국에서의 명예와 보상은 참으로 컸다. 그런데도 이 교수는 미국을 등지고 돌연 한국행을 결심했다.

“미국은 제가 아니라도 많은 분들이 고도비만에 대한 충분한 치료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아직도 비만을 앓는 많은 사람들이 수술과 치료와 같은 의학적 기회를 제공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비만으로 고통 받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감히 제 작은 힘으로 도와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홍찬 교수가 미국을 등지고 한국으로 돌아온 것은 그처럼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고국의 환자들에게 힘이 되겠다는 마음 하나. 실제로 이 교수는 병원에서의 단순한 치료만이 아닌 인터넷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비만 환자들을 위한 카페(http://cafe.daum.net/AGB)를 개설하여 더 많은 시간을 환자들과 함께 보내고 있다.
날씬하고 야무진 인상의 이홍찬 교수에게 어떻게 해서 비만에 관심을 갖게 되었냐고 물어보았다. 답은 의외였다. 이교수 역시 100Kg이 넘는 거구의 몸이었던 적이 있노라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도 비만 환자들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는 합니다. 그런 이상한 선입견으로 오는 무서움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을 알 수 없습니다. 저 역시 그런 시선들을 피해서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를 했죠. 그러다가 비만 환자에게 여유로운 미국이라는 나라의 환경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비만을 당당히 병으로 보는 나라, 그곳에서 비만에 관한 의학을 공부했던 것이지요.”

100Kg이 넘던 거구의 학생은 그처럼 새로운 의학에 대해서 눈을 뜰 수 있었다. 미국의 Southwestern Medical School of Texas에서였다. 그곳에서의 공부와 노력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이홍찬 교수는 미국 내에서도 내로라하는 비만 치료 의사가 되었다. 비만의 해결과 의학의 성취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었다.
이홍찬 교수가 현재 한국에서 근무하는 곳은 가톨릭의과대학 성모병원 외과 고도비만대사성질환수술클리닉. 이는 고도비만과 더불어 동반하고 있는 당뇨, 고혈압 등의 대사성질환을 함께 치료하는 곳이다. 단순히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센터와는 달리, 고도비만으로 유발할 수 있는 여러 질병들을 함께 치료하는 것으로, 무엇보다도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성모병원의 의지인 셈이다. 이를 위해 이홍찬 교수를 비롯한 고도비만대사성질환센터에서는 임상영양, 운동요법, 정신과적인 상담 등의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방법을 도입으로 환자들에게 전과 다른 새로운 삶을 누리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단순하게 다이어트 효과만을 강조하며 고도비만 수술만을 위한 센터였다면 결코 한국행을 결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홍찬 교수는 말한다.

“당뇨병 환자의 80%가 비만입니다. 또 고도비만 수술을 받는 환자 중 30%가 당뇨병 치료를 받고 있을 정도로 당뇨와 비만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비만이란 단순한 다이어트가 아닌 환자가 누려야 할 삶의 질을 위해서도 치료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성모병원의 고도비만대사성질환수술클리닉은 이처럼 환자를 우선한다는 점에서 저를 한국으로 불러들이게 만들었지요.”
얼마 전 한 휴먼다큐멘터리에서 고도비만 여성 환자의 삶을 소개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키 183cm, 몸무게 192kg의 고도비만인 그녀, 삶의 모든 희망을 포기한 순간 그녀에게 다가온 것이 바로 고도비만 수술이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삶의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 해서 그녀는 용기를 내어 수술대에 올랐다.

그녀를 위해 기꺼이 수술을 집도한 이가 바로 성모병원의 이홍찬 교수. 한 사람의 희망이 바로 이홍찬 교수에게서 시작된 것이다. 그럼에도 이홍찬 교수는 한사코 자신이 무슨 보탬이 되었느냐고 말하며, 오히려 자신 있게 얼굴을 밝히고 수술을 결심한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이홍찬 교수는 말한다. 아울러 그녀의 수술비를 마련해준 성모병원측과 한국사랑봉사협회(회장 윤옥중)에 모든 공을 돌렸다.

“사실은 그녀뿐 아니에요. 한국에는 아직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고도비만 수술을 필요로 하고 있어요. 밝혀진 것만으로도 15만 명에서 20만 명 정도가 고도비만을 앓고 있다고 해요. 그들이 다른 이들처럼 식이요법과 운동만으로 정상적인 체중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하루 빨리 수술을 통해서 다시 삶의 희망을 찾았으면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고도비만 수술의 의료보험혜택이 무엇보다도 절실하죠. 이는 이미 국제적으로 그 안전성도 인증된 수술이고, 이미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의료보험혜택이 적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성모병원 고도비만대사성질환수술클리닉에서 고도비만 수술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베리아트릭(Bariatric)수술은 조절형 랩밴드 삽입수술과 루와이 위 우회수술이란 두 가지 방법으로 대표되는 수술이다. 조절형 랩밴드 삽입수술은 위(胃)의 위쪽 부위를 밴드로 묶어 식사량을 줄이게 하는 수술로, 위를 자르지 않으며 수술이 잘못될 경우 밴드를 제거하면 원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수술이다. 적용 대상은 체중(㎏)을 키(m로 환산)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가 35 이상이거나, BMI는 30~35 사이지만 비만으로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관절염 등이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BMI가 더 높은 사람에게는 루와이 위(胃) 우회수술이 권장된다. 위를 15~20㎖ 정도로 조그맣게 만들어 나머지 위와 분리시켜 놓고 소장을 작은 위와 연결하는 수술이다. 위의 크기를 줄여 음식 섭취를 제한하고 식욕을 떨어뜨린다. 성모병원에서는 이를 배를 열지 않고 하는 복강경 수술로 시행하고 있다.

고도비만 환자들을 위한 치료환경의 시급함을 해결하기 위해 이홍찬 교수는 요즘 학회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고도비만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고도비만 관련 학회 하나 없는 우리나라의 실정에서는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이홍찬 교수는 기꺼이 자신의 땀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교수의 노력으로 우리는 이제 곧 비만 치료의 불모지인 이 땅에 예쁜 꽃 한 송이를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이교수의 땀으로 피운 꽃 한 송이, 이교수의 노력으로 피운 꽃 한 송이, 그 꽃들이 씨앗을 맺고 다시 또 꽃을 피우는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은 더 이상 비만으로 고통 받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