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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의과대학 성모병원 피부과의 조백기 교수. 그의 진드기 사랑은 유별나다. 35년이라는 긴 세월을 진드기 연구에 몰두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게 1978년이던가 그랬을 거예요. 아내랑 두 딸들이 원인 모를 소양성 피부 발진으로 고생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 원인을 궁금해 하던 찰라 아내가 다리 위를 기어가던, 정말이지 아주 작은 벌레 한 마리를 잡았어요. 1mm도 채 안 되는 진드기였지요.”
아내의 손에 잡힌 진드기는 조백기 교수에 의해 바로 현미경 렌즈 아래로 옮겨졌고, 이리하여 가족들을 피부병으로 괴롭히던 원인이 집쥐 진드기였음이 밝혀졌다. 그리고 이것이 또한 국내 학회에 처음으로 집쥐 진드기에 의한 피부질환이 보고 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우리의 삶의 터전이 바로 연구의 중심이 된다는 점에서 조백기 교수는 진드기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었다고 말한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는 무수하게 많은 종류의 진드기들과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종류에 따라 심각한 피부질환을 낳을 수 있지요. 예를 들어 사람들의 피부 모공 속에 살고 있는 모낭충이라는 진드기는 그 수가 적을 때는 우리에게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7~80년대 한창 유행했던 옴 진드기는 한 마리만 기생해도 심각한 전염성 피부병을 유발하지요. 지금은 집먼지 진드기, 털 진드기 등과 같이 병을 일으키거나 매개하는 진드기들에 대한 많은 연구보고가 있지만, 사실 제가 연구를 처음 시작할 때는 거의 미지의 세계이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진드기에 대한 호기심을 멈출 수 없었지요.
이렇게 시작된 진드기에 대한 연구는 1984년 오하이오 대학에서의 진드기학 하계연수와 일본 니이가따 약학대학에서 쯔쯔가무시병을 옮기는 털 진드기 연구를 통해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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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으로 시작된 연구라고 하지만 35년을 한결같이 진드기에 관심을 쏟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도 오로지 그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힘은 과연 무엇일까. 조백기 교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재미있으니까 하지!라고 답한다.
우리가 진드기들의 모습을 정확하게 남기기 위해 현미경을 통해 확대하여 사진을 찍는데요. 진드기 크기가 작다 보니 선명한 사진을 남기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백 장 찍은 사진 중 아주 선명하게 나온 사진을 발견할 때면 가끔은 진드기 다리의 털 하나하나까지도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니까요. 하하
전 세계적으로 50여 만종이 존재한다고 하는 진드기. 증상은 비슷해 보이지만 각기 다른 발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양계장을 운영한다는 환자의 일터를 방문해 새(bird) 진드기를 채집했고, 산에서 피부병이 생겼다는 환자와 함께 그 산(강원도 가리왕산)을 방문해 참 진드기를 채집하기도 했으며, 취미로 낚시를 갔을 때도 쥐틀로 들쥐를 잡아와 들쥐에 기생하는 진드기를 연구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환자에 대한 그의 사랑과 연구에 대한 열정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물론 때로는 힘들 때도 있지요. 하지만 그렇게 하나씩 배워나가는 게 얼마나 재미있습니까 이렇게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계속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큰 행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그가 지금 새로이 준비하고 있는 책이 있다. 하나는 요즘 증가하고 있는 손발톱 질환에 관한 것으로, 조갑 클리닉을 운영하며 경험한 다양한 사례와 치료법을 소개할 예정이고, 다른 하나는 개미, 벼룩, 뱀, 모기, 독나방, 해파리 등의 유해동물에 의한 피부질환에 관한 것을 총망라한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진드기에 대한 애정에 못지않은 관심과 노력이 담긴 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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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과연 조백기 교수가 건강한 피부 유지를 위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무엇일까? 조백기 교수는 피부 건강은 관심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단순 혹인 줄 알고 병원에 왔다가 악성 흑색종으로 유명을 달리한 젊은 환자, 이 정도가 무슨 대수일까하며 한두 개의 사마귀를 방치했다가 결국 손발이 수십 개의 사마귀로 뒤덮여 고생한 환자, 그리고 검버섯이 심해져 제거하러 왔다가 암으로 판명 났던 중년 여성 환자 등을 생각하면 안타까움이 앞섭니다. 이 모든 것들을 조기에만 발견해 치료했더라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었을 겁니다.
조백기 교수는 피부는 내부 장기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창이자 거울이라고 강조한다. 단순히 피부질환이 아닌 질병 없는 건강한 삶을 위해서도 피부의 작은 변화를 살피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작은 피부의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이상 증세 발생 시 전문의와 상의하는 부지런함이 현대인의 피부건강을 위해서는 필수라는 설명이다.
마치 달콤한 분홍색 솜사탕을 손에 거머쥔 어린 아이처럼 행복한 표정으로 연구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조 교수의 모습을 보니, 우리가 지구라는 환경 속에서 진드기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한 그의 연구 또한 결코 멈추지 않을 것만 같았다.
지금도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피부질환이 무수히 많다며 정년퇴임 후에도 피부질환 연구에 매진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는 조백기 교수.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