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간이식의 미래를 만나다

어울령 2010. 8. 3. 21:38

 

지난 2008년 2월. 가톨릭의과대학 강남성모병원 간이식팀은 간이식 400회를 돌파했다. 그리 길지 않은 우리나라 간이식의 역사에서 이룬 쾌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간이식이란 간염이나 간경변과 간암을 비롯한 여러 간질환으로 인해 간이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마지막 조치이다. 꺼져가는 생명의 불꽃을 살리기 위한 의학적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울고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운다. 하물며 생명의 꽃을 다시 피우기 위해서야 얼마나 많은 것들이 필요할까?

가톨릭의과대학 강남성모병원 간이식팀. 간이식을 위해서는 소화기내과, 이식외과, 마취과, 방사선과 등등 총 14개 부서의 50여명 교직원이 하나의 팀으로 움직인다. 이러한 그들 모두가 생명의 꽃을 위해 그리 힘들게 움직이는 것이다. 간이식 수술 시간은 평균 12시간. 고도의 집중력과 체력이 요구되는 간이식 수술. 그만큼 실패도 많다. 그러나 강남성모병원의 간이식 수술 성공률은 90%. 이제 곧 100% 성공 신화도 그리 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언제나 김동구 교수가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아니에요. 내가 무슨 선두는······ 난 아직 인생도 경험도 부족한 걸요.”

김동구 교수는 한사코 그렇게 말했지만, 간이식을 위한 그의 노력과 애정은 참으로 남다르다는 것은 이미 정평이 나있는 상태였다.
우리나라에 아직 간이식의 첫 획이 그어지지 않았을 때
김동구 교수는 기꺼이 간이식이라는 새로운 의학에 도전했다.
그것은 단순히 의학에 그치지 않는 새로운 생명창조의
과학이라고 김 교수는 생각했다. 간이식을 통해 꺼져가는
생명들이 100% 다시 회생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첨단
의학으로의 도전. 그것은 간이식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땅을 일구는 개척이었다.

“제가 공부할 때는 우리나라 간이식이 막 그 준비 단계였어요.
동물의 간을 이식하는 실험에도 실패할 정도였으니까요.”

다른 분야를 선택했다면 이미 전문가로서 명성을 떨칠 수 있을
나이에 김동구 교수는 먼 타향으로의 유학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미 간이식이 활성화되어 있던 미국의 피츠버그대학으로 2년간
유학을 떠난 것이다. 그곳에서의 공부는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었다. 낯선 땅에 적응하기도 전에 동물 실험을 해야 했고
임상시험을 해야 했다. 그것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었다.

“왜 안 힘들어요. 당연히 죽을 것 같았지······ 그런데요, 의사라는
직업이 사무직이 아니고 기능직이거든. 그러면 당연히 몸이 힘든 거
아닌가?”

의사가 기능직이라는 김동구 교수의 대답이 인상적이다. 해서 김동구 교수는 의사라는 직업은 어쩔 수 없이 힘든 직업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결코 돈이나 명예가 아닌 생명을 살리는 일이기에 더욱 더 힘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을 잇는다. 그리고 또 그처럼 힘든 상황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의사 자신의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술과 담배를 절제하고 건강관리를 위해 꾸준히 체력 단련을 실시하는 것, 김동구 교수가 말하는 좋은 의사의 덕목이다.

피츠버그대학에서 돌아와서도 한 동안 간이식 수술은 실행될 수 없었다. 그 당시의 상황이 그러했다. 우선 ‘뇌사’의 기준이 뚜렷하지 않았다. 그러던 가운데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우리 병원에서 인턴을 하던 분이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그 분의 부친이 또 가톨릭의대 동문이었는데, 뇌사 상태인 아들이 더 이상 가망이 없다며 장기를 기증했지요. 그것이 시작이었어요. 좀 갑작스럽기는 했지만 우리가 또 오래 준비해왔던 터라 수술은 성공적이었지요.”

우연하게 찾아온 기회. 그러나 김동구 교수가 개척정신을 가지고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면 결코 실시할 수 없었던 수술이었다. 이후 강남성모병원의 간이식 수술은 더욱 발전하여 마침내 400회 돌파라는 빛나는 명예로운 금자탑을 안게 되었던 것이다.
가톨릭의과대학은 최근 새로운 비젼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 반포에 새롭게 건립되는 서울성모병원이 바로 그것. 현재 87%의 공정률을 넘어선 서울성모병원은 지상 22층 지하 6층, 1200병상 규모로 설립된다. 단일병동으로는 국내최대의 의료기관이 새로이 탄생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서울성모병원에 설치될 6개 전문진료센터를 통해 우리나라 의학 수준을 한 단계 높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새롭게 설치될 전문진료센터는 암센터, 안센터, 조혈모세포이식센터, 장기이식센터, 심혈관센터, 여성암센터로 이들 센터의 초대형 통합의료정보시스템을 통해 진료프로세스의 효율성과 고객편의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김동구 교수 역시 새롭게 문을 열 서울성모병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사실 간이식 성공률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식 후 약해진 면역체계인데요. 감염예방을 위해서 서울성모병원은 무균실을 확장하고 처절한 위생 관리를 통해서 이식 후 감염의 0%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또한 첨단 장비들의 도입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할 것입니다.”
서울성모병원에 거는 김동구 교수의 기대, 그것은 다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란 이름으로 옮겨갈 것이다.

어린 손녀의 손을 꼭 잡고 병원을 찾는 할머니가 있다. 김동구 교수를 통해서 다시 생명을 얻은 할머니. 의식불명의 할머니를 두고 모두들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했다. 간뿐이 아니고 모든 기능이 저하되었던 터였다. 그러나 가족들은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죽어도 좋으니 간이식을 해보자고 했다. 수술 뒤에 다시 생명을 얻을 확률은 겨우 10%를 넘지 않았다. 모두들 수술을 말렸다. 그러나 김동구 교수는 기꺼이 수술대 앞에 섰다. 생명에 대한 희망과 생명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수술은 성공할 것이라고 김 교수는 생각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그리하여 할머니는 이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할머니가 손녀의 손을 잡고 병원을 찾는 까닭은 새롭게 얻은 희망을 손녀에게 전해주고 싶은 때문일 터였다.

김동구 교수에게 얻은 희망, 그렇게 희망은 조금씩 더 커지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생명에 대한 희망. 그 희망의 빛을 이어가기 위해서 김동구 교수는 오늘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술대 앞에 서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