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늙은 뼈에 젊음을 심어주는 사람

어울령 2010. 7. 22. 08:00

 

노령화가 증가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현대인들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수명영장의 꿈에 젖어
있지만은 않다. 건강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질적인 행복 추구가 무엇보다도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그 때문일까? 젊은이와 노인의 차이를 두고 단순히 활동력과 건강의 차이로 보는 시각에 많은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아무리 젊더라도 몸이 아프고 관절이 아파서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이는 ‘젊음’이라 말하기 민망할 것이다. 그와 반대로 비록 나이를 들었다지만 몸은 여전히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 ‘젊음’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활력(活力), 살아 있고 생기 넘치는 힘이라는 이 말은 그 누구보다도 김석중 교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인 듯하다. 환자를 치료할 때 그는 그 어떤 사람 보다 즐거운 표정이다. 의사란 어떤 존재들일까? 의사에 대해서 이야기 해달라는 말에 김석중 교수는 아직 갈 길이 더 많은데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하겠느냐고 반문한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은 제가 이미 많은 경험을 한 것처럼 의사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는 제가 되고 싶은 의사가 있기는 해요. 의사란 사실 환자가 있기 때문에 존재합니다. 그래서 모든 가치는, 당연하지만 환자를 중심에 두어야 하고요. 그리고 의료는 아무리 완벽히 하려해도 완벽할 수 없습니다. 의사가 사람이고 그 대상도 늘 변화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의사로서의 지식을 가지고 만나는 환자마다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환자를 만나는 매 순간 마음속으로 이 환자가 빨리 회복되기를 기도하는 것이지요. 또한 환자의 병과 함께 영혼과도 대화하고 치료할 수 있는 의사가 가장 훌륭한 의사라 믿고 저도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환자를 치료할 때 오히려 더욱 더 행복해 보이는 까닭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환자의 영혼과 친구가 되기를 바라는 의사이기에, 친구의 병을 치료하며, 병을 이겨나가는 행복한 친구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는 행복해 하는 것 같다.
김석중 교수가 정형외과 전문의가 된 것은 바로 그런 까닭이 아니었을까? 뼈가 다치고 아픈 사람들은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어진다. 당연히 활력 넘치는 삶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보다 근본적인 행복을 위해서 김석중 교수는 뼈를 치료하는 사람, 병들고 늙은 뼈에 다시 활력을 불어 넣은 사람이 된 것이다.
관절의 경우도 나이에 따른 변화가 있다. 젊은 관절은 연골의 탄력이 좋고, 스트레스와 피로를 쉽게 견디고 회복하는 시간이 그 만큼 빠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 몸의 관절은 서서히 퇴행한다. 탄력이 떨어지고 회복력이 낮아 한번 손상되거나 무리가 가해지면 만성관절통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때의 치료법은 휴식과 약물치료, 운동치료, 재활치료 등이 주가 된다.

그러나 이에도 반응하지 않는 경우 치료는 복잡해진다. 그래서 평생 동안 약을 먹다가 인공관절 수술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인공관절은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수명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젊은 나이에는 잘 권하지 않는다. 요즘처럼 환자의 수명이 늘어난 경우도 인공관절 수술을 신중히 생각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나이 들고 병든 뼈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 다시 젊은 뼈를 되찾을 수는 없는 것일까?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불가능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김석중 교수는 ‘자기유래 연골세포이식술’을 통해 병들고 아픈 뼈에 다시 생기를 되찾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관절연골을 이용해서 자연스러운 정상관절연골로 재생하게 하는 것이 '자기유래 연골세포이식술'이다. 이는 무릎의 관절연골 중 체중부하나 관절운동에 영향이 없는 정상관절연골 중 일부를 떼어내어 여기에서 세포를 분리 배양한 후 다시 손상된 관절연골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현재 김석중 교수에 의해서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떼어낸 관절연골이 아주 소량이기 때문에 관절에 전혀 무리가 없고, 치료 후 정상적인 재활 과정을 거치면 정상연골로 회복된다. 관절통 공포에서의 해방은 물론 다시 젊어진 뼈를 통해 참 행복을 되찾게 해주는 좋은 치료법인 셈이다.

“우리 몸의 다른 부분은 재생 능력이 있어서 손상된 부위가 적절한 조직으로 대체됩니다. 그러나 관절연골은 한번 손상이 되면 정상연골로 재생이 되지 않습니다. 그 동안 한 번 손상된 뼈와 관절에 대해서 치료가 힘들었던 것은 바로 이런 까닭입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시행되고 있는 것이 바로 자기유래 연골세포이식술입니다. 정상연골에서 떼어낸 세포를 약 6주 정도의 배양기간을 거쳐서 2400만개이상의 연골세포를 얻습니다. 이것을 손상 받은 관절에 이식을 하면 정상관절연골로 재생이 되는 것이지요. 이처럼 재생된 정상 관절연골을 아픈 부위에 이식함으로써 관절염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그야말로 정상관절 연골재생 치료법입니다.”
의정부성모병원 정형외과의 김석중 교수는 국내에서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자기유래 연골세포이식술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06년 9월 폴란드 정형외과 학회는 자기유래 연골세포이식술 분야의 초청강연자로 김석중 교수를 선택했다. 이후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영국, 미국 등에서도 그의 강연 및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석중 교수가 얼마나 뛰어난 연구 및 의학 성과를 가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강연에 김석중 교수의 의학적 열정이 단순히 강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최근에는 초기 관절염 환자에 대한 수술을 시행한 그는 그 결과를 인정받아 해외에서도 초청 수술을 통한 의료기술을 전수해 주고 있다.
특히 2007년 1월에는 인도 락랜드병원과 에스코트병원에서 40대 후반 여성과 60대 중반 남성의 퇴행성 관절염과 10대 후반 남성의 교통사고에 의한 슬관절 경골근위부 연골결손에 대해 각각 자기유래 연골 세포이식술을 성공리에 시행하여 신문 및 방송에서 대대적인 보도되기도 했다.

“고백하자면 저는 대학을 다닐 때 별로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어머니의 권유에 따라서 진학을 했으니까요. 다행히 정형외과 수련의를 거치면서 저는 참 의학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수술을 통해서 환자를 보다 확실히 치료한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지요. 제 환자 중에 뇌성마비로 30년을 걷지 못했던 환자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관절의 퇴행이 심하지 않아 자기유래 연골이식술을 시행하고 3주 뒤에 걸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안타까운 경험도 있었고요. 그런 안타까움을 이제는 더 이상 경험하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 3-4년 뒤에는 정형외과 영역의 세포치료센터를 만들고 싶은 꿈은 바로 거기서 시작했습니다. 현재 골모세포이식술이나 연골세포 이식술은 우리 기관이 세계 최고라고 감히 자부합니다. 2-3년 전에 류마치스 관절염과 퇴행성관절염 환자를 자기유래연골세포 이식으로 치료해서 현재까지도 통증없이 잘 지냅니다. 작년부터는 지방세포 이식과 연부조직의 세포치료를 이용한 재생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고요. 모든 외상, 골절, 관절 질환 환자들에게 손상 받은 부위를 완전하게 재생시켜주는 세포치료 전문센터가 만들어 져서, 전 세계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했으면 하는 것이 바램이고, 그것을 목표로 서서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석중 교수의 꿈은 이처럼 크고 웅장하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헛된 꿈은 아닌 듯하다. 이미 세계적인 명의가 된 김석중 교수, 그의 자신감 넘치는 말투 속에 담겨 있는 건강하고 행복한 내일을 엿볼 수 있는 인터뷰였다.
* 인터뷰 : 자유기고가 홍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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