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의사와 환자의 관계

어울령 2010. 7. 21. 01:04

 

 현대의 의학은 환자들이 꿈꾸는 시대에 근접하고 있다. 의사들의 의학적 지식과 기술은 물론 질병 진단과 치료를 위한 각종 의약품과 의료기기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오늘날 환자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는 의료현장을 보면 의사는 의사대로 환자는 환자대로 의료 환경이나 진료상황에 대해 크게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직업만족도 조사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진료만족도 조사에서 잘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의사와 환자 사이의 의료분쟁이나 의료소송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도 잘 드러난다.
오늘날 의료현장에서 의사와 환자가 모두가 만족스럽지 못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질병양상이 만성질환 중심으로 변화되면서 환자 입장에서는 수시로 여러 가지 값 비싼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치료가 지연되는 데서 오는 불만은 클 것이다. 의사는 의사대로 치료성과가 높지 않은 만성질환 환자를 그것도 단시간 내에 많은 수의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어려움이 큰 것들이 모두 불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의사입장에서 보면 낮은 보험수가와 의료행위에 대한 여러 가지 규제 또한 불만의 이유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의사와 한자의 불만족 상태를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의료분쟁이나 의료소송의 증가 원인을 분석한 연구들을 보면 이런 현상은 무엇보다도 환자진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상호 신뢰가 무너져가고 있기 때문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부족은 기본적으로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열악한 진료환경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이런 환경이 우선 개선되어야 하겠다. 하지만 환경의 개선만
이루어진다고 해서 의사와 환자가 서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의사와 환자 관계처럼
상대가 있는 경우에는 어느 한쪽만의 노력으로 서로 간의 신뢰가 회복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의사와 환자 관계의 경우
질병으로 인한 고통과 두려움으로 의사를 찾아오는 환자에게 의사가 먼저 신뢰감을 주는 자세와 환자를 임해야
한다는 면에서 의사의 노력이 한층 더 강조되는 것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실제로 많은 의학교과서, 특히 의료윤리에 관한 교과서는 의사가 환자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덕목들에 관해 언급한다. 의사는 무엇보다 환자에게 정직해야 하고 자신의 질병치료를 의탁하는 환자에게 믿음을 줄 만큼 용기 있게 행동해야 하며 환자에게 늘 신중함과 예의 바른 태도를 보일 것을 요구한다. 또한 의사는 환자와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기술을 지녀야 하며, 환자를 인격체로 존중하는 자세와 솔직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원만한 관계를 위한 이들 덕목의 핵심은 역시 환자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는 일이다. 이것은 단지 환자에게 친절하고 이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뿐 아니라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전 과정에 환자를 함께 참여시키는 동반자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의사는 전체 진료과정에 대해 환자에게 그 내용을 가능한 한 자세히 설명해 주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의사는 특히 환자에게 정신적, 물질적 부담이 되는 진단이나 치료를 결정할 때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한 후 치료에 대한 환자의 사전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원만한 의사 환자 관계 형성과 유지에 필요한 이런 덕목들은 일정 시간 교육만 받는다고 해서 형성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런 덕목들은 진료현장에서 정기적인 교육과 함께 항상 자신의 진료행위를 성찰하는 자세를 통해서 길러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의사의 환자진료 활동은 기본적으로 '신뢰와 양심의 만남'이다.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자신의 질병치료를 의사에게 전적으로 내어 맡기는 '신뢰'와 이런 환자를 성심껏 치료하려는 의사의 '양심'이 만나는 것이 곧 환자진료 활동이라는 말이다. 이는 당연히 의사에게 자신의 치료를 믿고 맡기는 환자의 신뢰심이 전제되는 것이긴 하지만,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전인적 진료 태도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이 경우 전인적 진료란 단순한 학문 활동이나 직업적 전문 활동에 국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항상 환자 각자가 놓여 있는 구체적 상황에서 그들과 인격적으로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사에게 있어서 환자는 자신의 의학적 지식과 기술을 적용해 보는 익명의 개인, 즉 임상적 사례가 아니라 언제나 진지한 사랑으로 함께 해야 하는 고통 받는 사람인 것이다.

인간의 질병과 고통은 의료의 문제를 뛰어넘어 현세를 살아가는 인간 조건의 본질에 대한 질문에 이르게 하는 실존적 현상이다. 그러므로 전인적 시각과 인간적인 사랑을 가지고 환자의 고통을 치료해주는 의사의 행위야 말로 진정 사랑을 시현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의사직이 고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지난40여년 강단에서 후배 의료인을 양성하며 가톨릭의과대학 학장, 보건대학원장, 한국생명윤리학회 부회장,
한국의료윤리교육학회장, 유네스코 국제생명윤리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한 후 지난 2월 퇴임하신 맹광호 교수는 바쁜 날들 속에서도 틈틈이 바른 의사의 삶과 일반인들이 알기 쉬운 의학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글들을 써오셨고, 최근에는 그런 글들을 모아 <건강가치 생명가치>라는 책을 펴내기도 하셨습니다. 한국가톨릭문인회 회원이자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 그리고 한국의약사평론가회 회원으로 활동해온 맹광호 교수의 글을 통해 의사와 환자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날들을 꿈꾸어 봅니다.

 

* 지난40여년 강단에서 후배 의료인을 양성하며 가톨릭의과대학 학장, 보건대학원장, 한* 지난40여년 강단에서 후배 의료인을 양성하며 가톨릭의과대학 학장, 보건대학원장, 한국생명윤리학회 부회장,
한국의료윤리교육학회장, 유네스코 국제생명윤리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한 후 지난 2월 퇴임하신 맹광호 교수는 바쁜 날들 속에서도 틈틈이 바른 의사의 삶과 일반인들이 알기 쉬운 의학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글들을 써오셨고, 최근에는 그런 글들을 모아 <건강가치 생명가치>라는 책을 펴내기도 하셨습니다. 한국가톨릭문인회 회원이자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 그리고 한국의약사평론가회 회원으로 활동해온 맹광호 교수의 글을 통해 의사와 환자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날들을 꿈꾸어 봅니다.국생명윤리학회 부회장,
한국의료윤리교육학회장, 유네스코 국제생명윤리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한 후 지난 2월 퇴임하신 맹광호 교수는 바쁜 날들 속에서도 틈틈이 바른 의사의 삶과 일반인들이 알기 쉬운 의학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글들을 써오셨고, 최근에는 그런 글들을 모아 <건강가치 생명가치>라는 책을 펴내기도 하셨습니다. 한국가톨릭문인회 회원이자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 그리고 한국의약사평론가회 회원으로 활동해온 맹광호 교수의 글을 통해 의사와 환자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날들을 꿈꾸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