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렸을 때는 헌혈이라는 것이 무섭기만 했습니다. 빨간 피를 내 몸에서 빼서 다른 사람에게 준다니.. 그때는 또 아주 가난한 시절이라서 피를 팔아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헌혈은 가난해서 밥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끼니를 때우기 위해서 했던 것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헌혈이란 그렇게 저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었던 셈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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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란 아무리 생각해도 유쾌한 곳이 아닙니다. 병들고 아픈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다시 건강을 찾아서 퇴원을 할 때는 환자와 가족은 물론 의사 선생님, 그리고 저처럼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행복한 기분이 듭니다. 사실 병원에서 일하는 저는 다른 어떤 사람보다 뿌듯함이 하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병원에서 수술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제가 헌혈한 피를 통해 건강을 찾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물론, 잘난 체 하거나 그런 마음은 아닙니다. 다만, 저처럼 다른 사람들도 작은 실천으로 사랑을 넓혀나갔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헌혈하기가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헌혈이 곧 사랑 나눔이라는 신부님의 말씀을 듣고 용기를 내기로 했습니다. 아주 조금 따끔하기만 해서 조금 웃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슴속에 나도 남들을 도울 수 있다는 기쁨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 뒤부터 한 달에 한 번은 꼭 헌혈을 했더니 어느 사이 ‘헌혈왕’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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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헌혈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번거로운 것도 없이 오며가며 헌혈차나 헌혈원에 잠깐 들러 하면 그뿐인데요.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혈액이 부족해 중국 등에서 사온답니다. 헌혈은 큰 노력이나 시간을 들이지 않고 손쉽게 사회에 봉사할 수가 있습니다. 그뿐이 아니에요. 헌혈을 하고 나서 며칠 뒤면 집으로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점검표도 오니까 아무래도 일거양득입니다.
헌혈을 하고 저는 혹시 제 피가 다른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운동도 하고 등산도 하고 마라톤도 하고 그러다 보니 오히려 더욱 더 건강한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자주 헌혈을 한다고 말리던 아내도 지금은 헌혈 예찬론자가 되어 있는 걸 보면 헌혈은 우리 가정의 행복도 가져다 주는 것 같습니다. | |
따지고 보면 헌혈만한 보약이 없습니다. 보약도 돈 하나 안드는 아주 좋은 보약입니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성인이라면 최소한 1년에 한두 차례 헌혈해야 한다고 합니다. 헌혈을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나와 가족에게 수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한 ‘저축’이라고 마음먹으면 어떨까요?
헌혈을 하고부터 제 삶은 아주 많이 달라졌습니다. 늘 소심하던 제가 적극적인 삶을 살아가게 되었지요. 저도 세상을 위해 작은 실천을 하고 있다는 그 생각이 저를 그렇게 긍정적으로 이끌어주었습니다. 무엇 보다도 병원에서 일하는 제가 그저 석고기사가 아닌 ‘헌혈왕’이 되고 또 그런 제 작은 실천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고 하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답니다. 저뿐만이 아닌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저처럼 헌혈을 통해서 이런 소박한 행복을 느끼실 수 있기를 저는 희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