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에 관한 영화는 참 많다. 그 가운데에서도 조니 뎁(John Christopher Depp)이 출연한 두 편의 영화는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조니 뎁이 집시로 나온 영화 <초콜릿 Chocolat, 2000>과 초콜릿 공장의 사장으로 나온 <찰리와 초콜릿 공장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2005>이 바로 그것이다. 전혀 다른 두 캐릭터를 정말이지 훌륭하게 소화해 낸 조니 뎁의 연기를 보며, 어쩌면 그것이 진짜 초콜릿이 가지고 있는 힘은 아닌지 사뭇 궁금해지기도 한다.
조니 뎁이 집시로 나온 영화 <초콜릿>의 이야기는 서정적이다. 아주 고요한 시골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다. 돌담 사이로 안개 낀 풍경, 그러나 그 풍경 사이 사이 사람들이 내뿜는 삶의 흥겨움이 존재한다. 바로 초콜릿 때문이다. 영화 속 풍경도 프랑스의 시골 어느 작은 마을이다. 평화를 사랑하고 전통을 중요하게 여겼던 마을에 신비의 여인, 비안느가 딸과 함께 나타나 초콜릿 가게를 차린다. 그녀가 만드는 초콜릿에는 달콤한 맛과 함께 사람들을 사랑과 정열에 빠지게 만드는 신비함이 담겨 있다. 권태기에 빠졌던 연인들은 다시 사랑에 빠져들고, 싸움이 끊이지 않았던 이웃들은 화해를 한다. 심지어 마을의 노인마저 다시 활기를 찾아 뜨거운 사랑을 갈구한다. 당연히 전통을 고수하려는 사람들은 그 모든 책임을 비안느에게 돌려 그녀를 추방하려 한다. 그때 나타난 사람이 바로 로우(조니 뎁 분). 그들은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감싸주면서 다시 또 새로운 사랑을 발견하게 된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윌리 웡카(조니 뎁 분)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초콜릿 공장인 윌리 웡카 초콜릿 공장의 사장이다. 그는 세상과 단절한 채 오로지 자신이 만들어 놓은 초콜릿 공장이라는 성 안에서만 생활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초콜릿 공장을 방문할 수 있는 다섯 장의 행운의 황금 초대장을 초콜릿 안에 숨긴다. 초콜릿을 입에 달고 사는 아이와 가지고 싶은 것은 꼭 가지는 아이와 천재 소년과 껌씹기 대회의 우승자, 이렇게 네 장의 초대장을 손에 넣은 아이들 사이에서 유독 찰리만이 가난한 아이이다. 찰리는 오로지 자신의 생일에만 윌리 윙카의 초콜릿을 선물 받을 수 있는 아이, 혹시나 하고 생일에 받은 초콜릿을 열어보지만 행운의 초대장은 보이지 않는다. 낙심한 찰리는 눈 속을 방황하다가 길거리에서 돈을 주워 주인을 찾아준다. 주인은 찰리에게 초콜릿을 선물한다. 찰리의 행운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그 행운을 따라 들어선 윌리 윙카 초콜릿 공장에는 초콜릿 강이 흐르고 사탕 열매가 열리고····. 그야말로 아이들에게 낙원같은 곳이다. 그러나 그곳에는 아이들이 알지 못하는 수많은 모험이 준비되어 있었다.
영화 속 초콜릿이 그런 것처럼 실제 초콜릿에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물질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초콜릿의 지방과 탄수화물이 에너지를 제공하기도 하며, 초콜릿 제조업자들은 이런 성분이 몸의 피로를 회복한다고 광고했다. 그런 광고에 힘입어 17~18세기에는 많은 이들이 초콜릿의 치료 효능 성분을 밝히는 작업에 몰두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밝혀진 성분이 바로 테오브로민과 트립토판이다. 테오브로민은 폐의 평활근을 부드럽게 이완시켜 긴장감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며, 트립토판은 뇌신경세포에 전달해 황홀경을 불러오게 만든다. 이처럼 초콜릿에는 사랑을 도와줄 충분한 성분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성분들이 아무리 많아도 사랑 그 자체가 없이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때 우리 뇌는 초콜릿에 담긴 성분보다 더 많은 화학물질들이 생성된다. 도파민, 아드레날린, 페닐에틸아민, 옥시토신, 엔돌핀 등이 그것이다. 이 중 도파민은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끼는 시기에 분비된다. 도파민은 호기심이 생겼을 때 많아지는 물질로 사랑할 때 생성되는 도파민을 통해 우리 뇌의 활동이 많아지는 것이다. 아드레날린이란 일명 ‘흥분호르몬’으로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호르몬이다. 이것이 분비되면 눈동자의 동공이 커지고, 호흡도 빨라지고, 심장도 두근두근거린다. 심장이 빨리 뛰면서 체온이 올라가서, 땀이 나기도 하고 얼굴이 빨개지기도 한다. 페닐에틸아민은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천연각성제로 이성으로는 제외하기 힘든 열정이 분출되고 행복감에 빠지게 만들어 준다. 엔돌핀은 일종의 마약 성분과 같은 물질로 통증을 없애주고 즐거움과 기쁨을 안겨주는 통시에 사람을 안정시키고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생기게 한다. 이처럼 사랑은 그 자체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감정이다. 그렇기에 초콜릿이나 기타 여러 가지에 의지해 사랑을 전달하기보다는 ‘사랑’이라는 마음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미국 코넬대 인간행동연구소에 의하면 사랑하는 마음의 유효기간은 30개월이라고 한다. 그러나 60이 넘는 노부부가 손을 꼭 잡고 바닷가를 걷는 모습을 보면 그러한 연구가 부질없음을 느끼게 된다. 사랑이란 유효기간을 정할 수 없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현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