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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문화 가운데 하나인 타로카드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그림 한 장을 만날 수 있다. 심장에 세 개의 칼이 꽂힌 그림인데, 칼끝에는 심장에서 흘러나온 듯한 붉은 피가 선명하다. 얼마나 극심한 고통을 경험하고 있는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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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심장은 때로 고난과 고행을 상징한다.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이겨내야만 비로소 구원의 빛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타로카드에서 보여주는 그 무시무시한 이미지 뒤에 밝은 빛이 퍼져 있는 까닭은 바로 고통과 구원이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한 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심장은 이처럼 많은 문화 속에서 중요한 이미지 혹은 상징으로 작용했다. 황금 문화를 꽃 피웠던 잉카 문명을 살펴보자. 그들은 심장이 태양과 같은 것이라 여겼다. 해서 그들은 살아 있는 젊은이들의 심장을 도려내 신께 바치는 의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젊고 싱싱한 심장을 제공함으로써 영원히 지지 않는 태양의 힘을 얻는다고 여겼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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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에서 심장은 보다 신성한 무엇이었다. 심장에는 영혼이 깃들며 부활이 함께 자리하는 공간이었다. 이집트인들은 미이라를 만들 때 나머지 장기를 단지에 넣어 무덤 곁에 두고 오직 심장만을 유일하게 방부 처리해 시신에 넣었다. 현대 의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뇌조차 버렸던 그들임을 생각할 때 심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를 알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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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이 심장을 위대한 힘 혹은 정신으로 여겼던 것처럼 동양에서 역시 심장은 정신이 깃드는 곳이었다. 다만, 서양과 달리 동양에서의 심장은 보다 내밀한 그 무엇, 그러니까 상징으로서의 중요함이 아닌 실제하는 중요함으로 여겼다는 차이점을 보인다.
인도의 경우 심장은 자아와 아트만(인간 존재의 영원한 핵으로 몸이 죽은 뒤에도 살아남아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거나 존재의 굴레에서 해방된다)이 깃드는 곳이다. 또한 심장은 육체적인 공간이 아니라 정신적이고 영적인 내면의 공간이다. 심장은 이처럼 마음이라는 이름으로 지식과 지혜의 원천이었던 셈이다. |
서양 보다 훨씬 앞선 시기부터 중국은 심장을 연구해 왔다. 3000~4000년 전부터 그들은 맥박과 심장의 관계를 인식했으며, 이런 인식을 통해 오늘날의 협심증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병을 밝혀내기도 했다. 심장이란 기(氣), 즉 에너지의 중심으로 이것이 깨어질 때 모든 신체적 정신적 균형이 깨어지게 되고 그에 따라 몸은 병을 얻는 것이다. 심장은 영혼을 제어하는 육체였던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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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에서 바라보는 심장에 대한 시선은 우리에게도 그대로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보다 한층 더 큰 단계로 심장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인들은 심장이라는 단어 보다는 마음이라는 단어를 쓰기 좋아한다. 왼쪽 아래깨에 아련함이 느껴질 때 우리는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사랑을 느껴 심장이 두근거릴 때 우리는 마음이 콩닥콩닥거린다고 한다.
예컨대 한국인에게 심장이란 이곳과 저곳을 넘나드는 사유의 공간인 셈이다. 우리들이 흔히 쓰는 말 중에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앞에서 살펴본 마음의 쓰임을 강조하는 말일 것이다. 심장(心腸)이라는 한자어를 풀이할 때 몸 안에 있는 마음이 멀어지면 정신의 마음이 멀어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이다. 그러나 이곳에서의 마음은 몸 안에 존재하는 공간과는 분명 다른 어떤 것이다. 마음이란 때로는 정신이기도 하며, 그리움이기도 하고, 슬픔이기도 하며 행복이기도 하다.
모든 병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말처럼 심장이란 육체와 정신을 이끄는 가장 큰 힘이다. 마음이 곧고 굳셀 때 병은 감히 접근을 하지 못한다. 마음이란 그처럼 단순히 몸안에 존재하는 장기만은 아니다. 아울러 정신을 나타내는 상징에 그치지도 않는다. 그것은 그 둘을 하나로 아우르며 우리 안에 길을 밝히는 등불이다.
행복과 건강, 그 모두가 마음에 깃들어 있는 셈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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