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사랑으로 눈 뜨다

어울령 2010. 5. 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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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눈 뜨다 안성형 전문가 도상희 교수

안성형 전문가 도상희 교수. 그를 내로라하는 안성형 전문가로 이끈 것은 외할머니의 지극한 사랑이었다고 합니다. 20년 꿈이었던
과학자의 길을 접고 의사의 길을 가게 해준 외할머니의 사랑, 새해를 맞아 그 사랑으로 피어난 '헌신'이라는 꽃 한 송이를 함께 들여다볼까 합니다.

'바다'하고 속삭일 때 많은 사람들은 푸른 파도의 일렁임을 떠올립니다. 또 몇몇은 갈매기의 날갯짓이나 수평선을 떠오르는 태양의 웅장함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눈으로 바라본 바다의 기억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바다'는 어떤 이미지로 떠오를까요? 아마도 그것은 코로 느끼게 되는 비린내이거나, 입 안에 톡 터지는 미더덕의 짭짤함이나, 부드럽지만 아리고 아리지만 상큼한 멍게의 수런거림으로 올지도 모릅니다.

꿈을 버리고 사랑을 얻다

과학자를 꿈꾸던 소년이 있었습니다. 소년은 이 시대 최고의 과학자가 되어 우주로 떠나는 여행을 상상하고는 했습니다. 또 때로는 소년은 로봇으로 변신하는 자동차를 만드는 꿈을 꾸고는 했을 것입니다. 소년은 과학으로 펼쳐지는 재밌고 신나는 더 많은 꿈들을 가슴에 품으며 살아갔습니다. 그러나 스무 살이 되던 해, 소년은 꿈을 버립니다. 아주 어린 날부터 과학자를 꿈꾸던 소년에게 그것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그러나 소년은 행복했습니다. 소년의 가슴에 '사랑'이라는 꽃 한 송이가 피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소년이 4살 되던 해 끔찍이도 손자를 아끼던 외할머니는 두 눈의 시력을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앞을 볼 수 없는 할머니 옆에서 소년은 항상 눈이 되어주었고 어느새 대학에 들어갈 만큼 훌쩍 자라났습니다. 한 번의 쓰디쓴 실패를 겪어야 했던 19세의 가을, 외할머니는 소년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세상을 떠났습니다.

소년에게 그것은 꿈을 버리는 것 보다 더욱 더 쓰리고 아픈 일이었습니다. 소년은 세상을 한 번도 제대로 보지 못했던 할머니에게 세상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태양의 웅장함을, 갈매기의 힘찬 날갯짓을, 파도의 일렁임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습니다.

소년의 가슴에 사랑이라는 꽃 한 송이가 피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습니다. 소년은 더 이상 과학자를 꿈꾸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자리에 새로운 꿈을 심었습니다. 할머니처럼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다는 꿈이었습니다. 그 이듬해 아주 어렸을 때부터 공학도가 되고 싶었던 소년은 의대에 진학했고 전문분야로 안과를 선택했습니다.

“항상 저희 집에 같이 사시면서 손자라면 주무시다가도 벌떡 일어나시던 분이 저희 외할머니셨어요. 그렇게 좋아하던 손자를 20년 동안 한 번도 제대로 못 보고 돌아가셨죠."

돌아가신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외할머니 얘기를 꺼낼 때면 소년의 눈시울이 촉촉해집니다. 그는 바로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 안과 도상희 교수입니다.

사랑으로 세상의 눈이 되다

20년간 앞이 보이지 않는 외할머니 곁에서 지냈기 때문인지 눈과 관련한 질환이 있는 환자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는 도상희 교수. 그의 이름 앞에는 항상 안성형 분야의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습니다.

안성형이란 안구 주위와 안와, 안검, 누도의 미용적 수술이나 눈꺼풀의 재건, 종양을 제거해 파인 부분의 복원 등을 포함하는 안과 분야를 말합니다. 일반 성형외과에서 하는 수술이 미용만을 위한 것이라면 안과에서 실시하는 안성형은 질환 80%, 미용 20% 정도로 질환의 치료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두 가지를 한 번에 해결해주다보니 수술 후 환자들이 느끼는 만족도도 높다는 것이 도상희 교수의 설명입니다.

“종양이 생기게 되면 정상적으로 눈을 뜨기 어렵습니다. 특히 외모에 민감한 나이의 청소년이나 나이가 젊은 환자들 같은 경우에는 웃음을 잃거나 자신감도 없어지게 됩니다. 그때는 제 마음도 무거워지죠. 하지만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환자들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찾아올 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습니다."

특히 도상희 교수는 염색을 이용한 각막혼탁 수술을 할 수 있는 국내에 몇 안 되는 의료진 중 한명으로 각막혼탁으로 고생하는 환우들에게 삶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아주고 있습니다.

사랑과 헌신으로 미치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는 말을 듣는 것은 참 어렵고,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수없이 많은 안성형 수술 경험을 갖고 있는 도상희 교수지만 수술이 있는 전날 밤이면 그는 밤늦도록 연구실은 불을 밝힙니다.

“안성형 수술은 교과서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와 있지만 원래 있는 매뉴얼에 맞춰진 수술이 아닌 환자 개개인에 맞는 최적의 수술방법을 연구해 적용합니다. 교과서에 명기되어 있는 방식이 아닌 새로운 수술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일이 많죠. 하지만 새로운 방식을 적용한다고 해서 위험하진 않습니다. 수많은 길 중에서 가장 적합한 길을 찾아가는 것이니까요.”


도상희 교수의 목소리에 진정한 전문가의 자신감이 느껴집니다. 이러한 도상희 교수만의 새로운 수술방법과 노하우는 그가 가장 아끼는 노트들에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노트들은 다양한 케이스에 따른 수술법이나 그가 직접 제작한 수술도구 등 그만의 아이디어와 경험이 깨알 같은 글씨로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7권을 꽉 채워 쓰고 있는 노트는 마치 환자와 사랑에 빠진 사람의 연애편지처럼 곳곳에 환자 개개인에 대한 애정과 정성이 묻어납니다.

이전에 했던 수술과 비슷한 수술이 있는 날이면 이 노트는 더욱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부족했던 부분은 노트에 꼼꼼하게 기록했다가 다음 수술 때는 꼭 다시 확인하고 들어간다는 도상희 교수의 말에서 혹시라도 생길지 모르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그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도상희 교수의 책상 위에는 ‘헌신’이란 글자가 크게 새겨져 있습니다. 지금의 자리로 도상희 교수를 이끈 외할머니가 느끼게 해준 포근함처럼 자신을 믿고 찾아와준 환자가 편안함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도 교수의 생각에서 나온 글귀입니다. 이 때문인지 환자들의 소소한 얘기까지 들어주고 답변해주는 도 교수의 진료시간은 항상 길어지기 일쑤입니다.

사람은 미쳐야 한다고 말하는 도상희 교수. 물론 나쁜 의미로 미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이 좋아서 미치게 되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열심히 살 수 있다고 도 교수는 말을 이어갑니다. 사랑과 헌신에 미친 지난 세월들... 그 세월 속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이라는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언제나 진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도상희 교수의 모습에서 진정한 전문가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보게 됩니다. 한 해의 시작에 즈음하여 본받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듭니다.

글: 가톨릭의과대학 성바오로병원 기획팀 황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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