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폐암 인과관계 인정'…향후 소송 여지 남겨(종합)

 

 

'흡연-폐암 인과관계 인정'…향후 소송 여지 남겨(종합)

[CBS사회부 박종관 기자]

"담배 때문에 폐암에 걸렸다"며 3억 7백만원을 배상하라는 폐암 환자와 가족들의 주장이 결국 항소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를 좀 더 폭넓게 인정함으로써 향후 소송의 여지를 남겼다.

서울고법 민사9부(성기문 부장판사)는

 

15일 폐암 환자와 가족 등 26명이 국가와 KT＆G(옛 한국담배인삼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KT & G가 제조한 담배에 결함이 존재한다거나 KT & G가 고의적으로 정보를 은폐하는 등의 위법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고

 

니코틴 의존을 질환으로 인정하더라도 흡연은 흡연자의 선택에 의한 행위로 평가해야 한다"면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담배에도 제조물제조 책임의 법리가 적용되면

 

폐암과 흡연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해 원고들의 입증 책임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담배와 폐암 사이에는 역학적 인과 관계뿐 아니라 개별적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와는 달리 일반적으로 제조물책임소송이나 공해소송에서 적용되는 '입증 책임 완화'의 법리가 담배에도 적용될 수 있다면서 담배를 피우면 폐암에 걸릴 수 있다는 역학적ㆍ개별적 인과관계를 모두 인정한 것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의 역학적 관련성은 인정되지만 KT＆G가 만들어 판 담배에 결함이 있었거나 폐암이 바로 그 담배를 피워 생겼다는 것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KT & G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또한 "이번 소송에서는 원고들이 KT & G의 불법행위에 대해 입증하지 못해 청구를 기각하지만 향후 별개의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2심 재판부가 담배와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는 좀 더 폭넓게 인정하면서도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자 원고 측은 즉각 반발하며 상고 의사를 밝혔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서홍관 회장은 "인과관계는 인정되지만 배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2심 판결은 '살인을 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와 같다"며 "이번 패소 판결에 굴하지 않고 즉각 대법원에 상고해 흡연 피해에 대한 KT & G의 책임을 계속해서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KT & G 역시 "항소심 재판부의 결론을 존중한다"면서도 "재판부가 단지 역학적 인과관계만으로 폐암과 흡연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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