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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아닌 산사람을 죽인게야".....안동판 워낭소리의 '이러의 최후'

어울령 2010. 12. 8. 09:00

 

 

“소가 아닌 산사람을 죽인게야”

노컷뉴스 |

"그 아이(소)는 절대 소가 아니야, 결국 인간들이 산사람을 죽인게야…"

경상북도 안동시 북후면 면소재지에서 냇가를 5km 따라가면 끝자락에 위치한

 

연곡리 종실(終室)마을. 평화스럽던 이 마을에도 구제역 광풍이 몰아쳤다.

 

정봉원(86)·강남순(81·여)씨 부부는 20여년간 동고동락했던 효자소 `이러` < 본지 2월1일자 11면, 5월18일자 5면 보도 > 를 잃고 슬픔에 잠겼다.

안동판 워낭소리 효자소로 알려진 `이러`는

 

지난 5일 인근 구제역 발생지역에서 반경 3km 영향권에 있다는 이유로 살처분 대상에 올라 차가운 땅속에 묻혔다.

특히 `이러`가 구제역에 직접 감염되지 않고 인근지역 구제역 발생으로

 

잠정 위험 대상으로 살처분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정 옹 부부는 30여년 전 지병을 앓던 큰 아들을 떠나보내고,

 

두 딸마저 연이어 세상을 등지면서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삼켜왔기에

 

`이러`의 죽음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20여년 전 `이러`를 처음 만난 정 옹은 이후 자식대신

 

둘만이 서로 의지하고 허전함을 달래는 등 가족처럼 지내는 사이가 됐다.

6·25전쟁 참전 당시 다리를 크게 다쳐 거동이 불편한 정 옹에게

 

`이러`는 수십리 떨어진 읍내 구경을 비롯해 각종 농사에는 없어서는 안 될 `열 아들 부럽지 않은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말끝마다 이미 떠나보낸 `이러` 에게 `아이` 라고 부를 정도로 각별한 정감을 표시한 정 옹은

 

이듬해부터 그동안 `이러`와 정겹게 농사짓던 1만㎡(3천여평)의 농사를 포기할 정도로 충격이 크다.

"앞으로 살아도 나보다는 더 오래 살 것 같은 그 아이가 구제역 병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차가운 땅에 묻혔다니…"라고 말하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특히 지난 5일 방역당국이 마취제를 놓은 뒤

 

`이러`가 이내 주저앉고 쓰러진 채 실려 가는 모습을 본 이후부터는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한 주민은 "평소 어르신이 자식같은 애틋한 소라고 자랑하며 항상 남다른 애정을 표현하곤 했다"며

 

"20여년 동안 함께 생활하다 보니 이제 허전함이 더해 앞으로 어르신의 건강과 노후 생활이 오히려 걱정된다"며 안타까워했다.

경북매일신문 권광순 기자/ 노컷뉴스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