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의학은 미국의 하워드 A. 러스크 박사에 의해 1940년대 말부터 발전하기 시작한 의학이다. 러스크 박사는 제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장애를 당한 군인들을 치료하기 위한 병원을 설립했는데 이것이 바로 재활의학의 모태가 되었다. 재활의학이란 이렇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그 장애를 이기고 새로운 사회적 능력을 부여 받는 것에서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재활의학이 치료의학, 예방의학과는 달리 제 3의 의학이라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현대에 들어서면서 의학과 기술의 발달에 따라 재활의학은 단순히 장애우들에 대한 치료 범위를 넘어 일반인들에게 찾아올 수 있는 각종 질병과 사고를 대처하고 또 극복하는 곳이 되었다. 장애의 예방과 손상된 신체부분의 기능향상은 물론 심리적 적응 등을 통해 환자가 최적의 몸 상태를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재활의학은 각 환자에 맞는 포괄적 치료를 위해 여러 분야의 전문인이 팀을 이룬다. 가장 핵심이 되는 재활의학 전문의와 간호사를 비롯하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 언어치료사, 의지보조기 제작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환자를 위해 유기 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전문인들이 필요한 것은 재활의학이 다른 의학 분야와 달리 질병이 아닌 몸의 기능을 치유하고 이를 통해서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
2001년 가을 어느 날 28세의 젊은 남자가 성가병원 응급실로 실려 들어왔다. 그는 전구를 교체하는 작업을 하던 중 3층 높이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쳤다. 당시 그의 의식은 혼미하였으며 생명이 위독해 보였다. 여러 시술을 한 후에도 의식은 돌아오지 않아 몸에 끼워진 관을 통해 식사를 하고 숨을 쉬는 상태였다. 이 젊은 환자를 위해 성가병원 재활의학과는 의사, 치료사 등 모든 의료진이 협력하여 환자 상태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한 후 다양한 치료를 제안하고 시행하여야만 했다. 다행히 환자는 6개월간 의식이 없었으나 약물치료를 포함한 인지자극 치료를 통해 점차 의식이 되살아났다. 그 사이 그의 관절이 굳지 않도록, 감각이 다시 살아나도록 의료진의 사랑과 관심이 담긴 치료가 매일 시행되었고 몸에 끼워졌던 관들도 하나씩 제거하여 식사를 하고 스스로 숨을 쉬며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에 계속된 다양한 재활프로그램을 통해 마침내 그는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는 기적을 일으키게 되었다. 2006년 봄 새싹이 돋아나는 계절에 그 젊은 남자가 진료실 문을 두드렸다. 드디어 취직을 했다며 벅찬 가슴을 안고 활짝 웃으며 들어왔다.
‘재활’이라는 것은 살다가 우연히 얻게 된 신체적인 장애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는 단지 육체적인 자유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속적으로 남게 되는 신체적인 장애를 환자 스스로 인정하고 이를 심리적으로 극복하는 것 또한 치료의 일부라 할 수 있겠다. 몸이 아파 마음까지 아프지 않게, 마음이 아파 몸이 더 아파지지 않게 하는 것.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 재활치료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