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지민이가 병원을 찾은 것은 눈이 많이 내린 날이었습니다. 지민이는 한 겨울 꽁꽁 언 젤리사탕을 먹다가 그만 어금니가 부러졌습니다. 평소에 단것을 즐겨 먹던 지민이는 어금니가 많이 썩어 있어 단순하게 부러지지 않고 부서지듯 어금니가 망가졌습니다. 어금니가 부러지면서 잇몸이 손상되어 입안에 피가 고이기도 했습니다.
지민이 보다 더 많이 걱정하고 겁을 먹은 것은 지민이 엄마였습니다. 지민이 엄마는 맞벌이를 하는 까닭에 아이의 치아 건강관리에 소홀했고 지민이도 단 한 번도 이가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유치(젖니)는 영구치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제 위치에 날 수 있게 유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유치에 충치가 있어서 염증이 지속되는 경우는 바로 아래에서 자라고 있는 영구치에 영향을 주어 그 영구치가 엉뚱한 방향으로 난다거나(이소맹출) 또는 손상 받은 상태로 자랄 수 있습니다(법랑질저형성증).
치아 사이에 충치가 있어서 치아간격이 줄어들거나 혹은 치료가 어려워 치아를 일찍 빼야 되는 경우에는 영구치가 자랄 공간이 부족해져 덧니의 원인이 됩니다. 그 외 유치의 경우, 충격을 받은 경우(치아외상)에도 영구치에 손상을 주어 치아가 나는 방향이 바뀌어 버리기도 합니다.
이렇듯 유치는 턱뼈와 근육의 발육을 촉진하고, 영구치를 위한 공간을 확보해 주고, 영구치가 올바른 위치에서 자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아이의 이가 상하거나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 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한 번 빠져 버려버리는 치아정도로 유치를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런 유치가 건강한 상태로 유지되어야 건강한 영구치를 가질 수 있기에 손상 받은 유치는 적절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평생 건강한 치아를 갖기 원하는 마음은 모든 부모님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입니다. 따라서 보다 많은 관심과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부모님들이 실천해야 할 치아 관리의 첫걸음이 무엇일까요? 많은 분들이 아이들이 이가 나면서부터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이는 보이지 않을 뿐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형성됩니다. 임신 6주에 생기기 시작해서 임신 6개월이 되면 제법 그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따라서 임신 중에도 뱃속에 있는 아이를 위한 치아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산모는 태아의 치아 건강과 잇몸 건강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칼슘, 무기질, 단백질, 비타민 등을 충분히 섭취해주어야 합니다. 이를 소홀히 했을 경우 조기 치아 우식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신생아의 경우 치아가 나기 전에는 수유 후에 거즈나 솜으로 물을 묻혀서 입안을 깨끗하게 닦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치아가 나기 시작하면 이런 방법과 함께 칫솔로 앞니를 닦아줍니다. 이때 치약을 아주 소량 사용하거나 단지 물만 칫솔에 묻혀 사용합니다. 돌 이후에는 모유수유나 젖병을 통한 수유를 중단하고 컵을 사용하게 합니다.
어금니가 난 이후에는 어린이용 칫솔을 사용합니다. 이때도 소량의 치약을 사용하며, 입안에 음식물이 남지 않도록 닦을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입 안의 치태 및 세균막은 의외로 제거가 쉽지 않으므로 정성껏 닦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1년에 한두 번 치과에 방문하여 치면세마 및 불소도포를 해주는 것이 충치 예방과 잇몸 건강에 좋다는 것도 잊지 말길 바랍니다. 어금니가 모두 나서 치아 사이에 접촉이 생기거나, 앞니가 촘촘히 붙어 있는 아이들은 치실을 사용하도록 합니다. 치아 사이는 칫솔이 들어가기 힘들고, 음식물이 끼어도 잘 빼기 어렵기 때문에 치실로 자기 전 하루에 한번은 치아 사이를 청소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만 6세 경, 젖니 어금니의 뒤편으로 제1대구치라는 영구치가 납니다. 치아가 없던 자리에 나고 또 잇몸에 덮여서 잘 닦기가 어렵습니다. 아이들이 닦으려면 구역질을 쉽게 하므로 제1대구치가 나는 동안 충치가 많이 생깁니다. 이 치아는 평생 소중하게 사용해야 하는 치아이므로 잘 관리가 되는지 부모님이 수시로 확인하고 가끔은 아이들을 대신해서 이를 닦아주는 것도 좋습니다. 치아가 다 나면, 치면열구 전색(실런트)을 해 주어 충치 예방을 하면 더욱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장난꾸러기 지민이는 더 늦기 전에 병원을 찾아 치아 관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져보면 치아 건강은 오복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장수하는 것의 수(壽), 부유하게 사는 부(富), 몸과 마음이 편안한 강령(康寧), 좋은 도덕이 있는 유호덕(攸好德), 오래 살다가 편히 죽는 고종명(考終命). 이렇듯 치아에 관한 그 어떤 것도 오복에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치아를 오복이라는 부르는 것은 몸과 마음이 편한 것, 강령(康領)의 기본이 치아 건강에 있다고 우리 선조들은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치아는 우리 삶의 보이지 않는 기본을 만들어가는 소중한 부분입니다. 그렇기에 어린아이들이 평생 오복을 누릴 수 있도록 부모님들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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