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파이브 출신 개그맨 이동우 씨가 거의 시력을 상실했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건강하게만 보였던 그가 갑자기 실명이라니…. 게다가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낯선 병은 유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소식이 이어 전해지며 더욱 큰 안타까움을 안겨주었습니다.
2001년 개봉되었던 영화 <어둠 속의 댄서>에서도 실명으로 고통받는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슬프지 않은 여자’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영화 <어둠 속의 댄서>. 그러나 이러한 부제는 매우 반어적인 의미를 담고 있음을 쉽게 눈치 채실 수 있을 겁니다.
1964년 미국 워싱턴주의 작은 마을, 공장에서 일하는 셀마(주인공)는 시력을 점점 잃어갑니다. 자신을 닮아 역시 눈이 멀어가는 아들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체코에서 이민 온 그녀는 아들이 13살이 되기 전 눈을 고쳐주겠다는 소망 하나로 밤낮을 가리지 않으며 고된 노동에 몸을 맡기죠. 그렇게 고된 그녀에게 유일하게 힘이 되는 것은 뮤지컬 배우를 꿈꾸며 춤과 노래의 상상 속에 빠지는 것뿐이었습니다. 뮤지컬 속 행복한 상상은 늘 고통스런 현실로부터 셀마를 지켜주는 버팀목이 되었죠.
한편, 이웃에는 셀마 모자(母子)에게 집을 빌려준 경찰관 빌의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빌은 아내인 린다의 사치를 감당하기 힘들어하지만, 아내가 떠날까봐 돈이 없음을 고백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빌은 셀마가 아들의 눈 수술을 위해 힘겹게 모아두었던 돈을 훔치게 되고, 셀마는 목숨보다 소중히 모은 돈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 빌을 총으로 쏘고 맙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사형대에 오른 셀마는 노래를 부릅니다. 길고 애절하게 흘러나오는 노래와 함께 예술의 혼과 모성애를 전해주었던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들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죠.
비록 매우 비극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는 영화지만 주인공이 보여준 예술에 대한 열정과 아들을 향한 사랑은 장애를 이겨낼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되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몇몇 분들이 그런 생각들을 했을 겁니다. ‘시각 장애도 그렇게 유전이 되나?’, ‘그렇게 조금씩 시력을 잃어가기도 하나?’ 그 답은 ‘예’입니다.
사실 안구와 관련된 유전 질환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짧은 지면에 모두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이 나오는 질환이 바로 망막변성 중 황반에 발생하는 황반이상증입니다.
망막색소변성증(retinitis pigmentosa)은 망막 조직의 진행성 위축을 일으키는 유전 질환입니다. 초기에는 시세포의 손상을 일으키지만 결국 망막 조직 전체의 위축을 가져옵니다. 유병율은 지역, 인종별 차이가 있지만 대개 전 세계적으로 5000명 당 1명 꼴로 발생합니다. 안과 유전 질환 중 비교적 흔한 질병에 속합니다. 초기 증상으로는 야맹증, 주변 시야 감소, 색각 이상 등이 발생하며 결국에는 실명에 이르게 됩니다.
진단은 특징적인 안저 소견과 망막전위도 검사, 시야 검사로 이루어집니다. 안타깝게도 병의 진행을 막고 시력 회복을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그러한 사실이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치료를 포기하게 만들기도 하지요.
하지만 망막색소변성 환자에게 백내장, 황반부종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중심 시력이 감소하게 되면서 보다 급속히 시력을 잃게 되므로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중요합니다. 백내장, 황반부종의 발생 시에는 그에 대한 치료를 시행하여 중심시력을 회복시켜 주어야 합니다. 또한 시야가 많이 좁아져 있는 환자나 중심 시력의 감소가 발생한 환자의 경우에는 저시력 기구를 이용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