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사람들이 떠나고 한동안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그놈의 情이 뭐길래 있을 때는 몰랐는데 떠난 사람들의 빈 자리가 얼마나 컸던지 멍~한 기분으로 얼마간 세월이 갔다.
작품전시회가 4월말에 있었는데 이러다가 작품전시회 망치겠다 싶은 생각이 퍼뜩들었다.
마음 가다듬고 작품전시회를 준비하는데 담당 선생님의 일 하는 모습이 얼마나 열정적인지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었다.
내년에는 이런 일 없어야지 하며 도예실로 발걸음이 옮겨졌는데 이미 그릇 만들기에는 늦어서 그동안 사무실에 보관하던 그릇들을 아낌없이 다 내 놓았다.
해마다 사무실에 저장해 두었던 그릇들 내 놓고나서 텅 빈 창고(?)를 보면 흐뭇한 마음이 들었었다.
어느 정치인의 호가 '虛舟'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언제나 채워 넣을 수 있어서 좋다는 의미로 허주라 지었다 했다.
마찬가지인가? 나도 빈 창고 보면서 새로운 그릇을 채워 넣을 수 있어서 좋다는 마음이 은연 중에 들었나보다.
5월 한 달 노는 날 많아서 하나 둘 만들다 보니 어느새 그릇이 쌓였다.
이제는 생활자기를 만들어야겠다 싶은 생각에 손으로 그냥 주물럭 거렸는데 제법 괜찮은 그릇들이 구워졌다.
나는 동그랗게, 미카엘라는 변형 그릇을 만들었다.
작은 그릇들. 간장, 된장, 고추장 등등을 담으면 유용할 듯.
백자토를 얇게 밀어서 조각조각 붙여 만들었다. 백자토 + 백유
뒷면이 더 아름답다.
청자토+백자토을 혼합, 가볍게 반죽하고 반죽된 흙의 반을 잘라 뒤집어 붙이고 도판기에 넣어 다시 얇게 밀었다. 백유를 발라 구웠다.
뒷면
기타위의 수저통.
수저통 내부. 구멍속에 물때 끼면 어떻게 청소를 할까 걱정이 앞서고....
수저통 아래 부분
부정형 큰 접시. 백자토에 청자토를 얇게 오려 밀어 넣었다.
이만하면 닭 한 마리쯤은 그냥 확 `~~
술 안주 그릇. 정말 잘 만든 것은 J선생님에게 선물하는 바람에 ....
세 사람이 따로 따로 한 접시씩.
용도 불명. 공중에 매달아놓고 뭔가를 해야 하는데 .....
작은 꽃병. 장미 두 송이 꽂으면 무난할 듯. 백자토(80)+옹기토(20) 에 백매트유.
표면을 긁었더니 옹기토에 섞였던 모래알맹이로 인하여 긁힌 자국이 생겨 이쁘다.
연잎모양 수반. 청자토에 백매트유
이름도 한번 써 넣어보고
마대 조각을 펼쳐 눌렀더니 이런 문양이 나왔다.
화분. 표면을 손가락으로 마구 꼬집어 주었더니 이렇게 생겼다.
이런 걸 보고 좋다고 하니 나도 성격이 참 이상해진 것 같다.
화분의 뒷모습. 백자토에 천목유+백유
컵을 많이 만들었는데 하나씩 나누다 보니 정말 하나도 없다.
선물용으로 컵이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컵에 물을 담아 마시거나 차를 마실 때마다 컵을 준 사람을 기억해 줄 것이니 이만한 선물이 어디 있을까. 단 잘 만들어 애지중지 하는 컵이라야 하겠지만.....
'작품속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가시려 거든 시 김순옥 (0) | 2009.11.22 |
---|---|
[스크랩] 봄이 왔다. (0) | 2009.10.08 |
[스크랩] 오래 사는 그림 (0) | 2009.10.08 |
[스크랩] 은퇴(?) 작품전 (0) | 2009.10.08 |
[스크랩] 놀토 (0) | 2009.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