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일이

몰카 사건으로 다시 확인된 日'김연아 강박증'

어울령 2010. 12. 30. 09:00

 

 

몰카 사건으로 다시 확인된 日'김연아 강박증'

이데일리 | 이석무 |



김연아

[이데일리 SPN 이석무 기자] 일본 방송사 NTV가 '피겨여왕' 김연아(20.고려대)의 훈련 장면을 허락받지 않고 몰래 촬영해 방영한 사실을 놓고 그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NTV는 지난 주 김연아가 미국 LA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몰래 촬영한 뒤 지난 26일 저녁 '진상보도 반키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내보내 물의를 빚었다.

이에 김연아의 소속사는 NTV의 행동을 "어떠한 사전승인을 받지 않은 촬영으로 비상식적이고 방송사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망각한 파렴칙한 처시다"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김연아의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에 차질이 생길 경우 NTV에 모든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이에 NTV는 "공공장소에서 촬영한 것이라 문제가 없었다. 항의는 받았지만 상대방에게 잘 설명하고 이해를 시켰다"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곧바로 거짓말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 일본에서 피겨스케이트와 관련해 이같은 몰카 사건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이 프로그램은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도 피겨 심판들이 채점하는 모습을 몰래 촬영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김연아가 아사다 마오 보다 훨씬 높은 기술점수를 받자 '심판들이 의도적으로 김연아를 감싸고 있다'는 근거없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일본 방송사들은 왜 몰래카메라와 같은 무리한 수단까지 동원해 김연아의 뒤를 캐려고 하는 것일까. 이는 김연아가 그만큼 일본 피겨계에 위협적이고 두려운 존재라는 반증이다.

일본 여자피겨는 세계 최강의 기량과 선수층을 자랑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대회에서 번번히 김연아라는 걸출한 스타의 벽을 넘지 못했다. 특히 지난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결과는 일본 여자피겨에 큰 좌절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믿었던 아사다 마오가 김연아에게 져 은메달에 그쳤을 때 일본 전체가 느낀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 분위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왜곡되면서 엉뚱한 의혹까지 불러일으켰고 TV프로그램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동계올림픽 이후 한 달 뒤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아사다가 김연아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올림픽이라는 진검승부에서 느낀 실망감을 만회하기에는 한참 모자란 것이었다.

김연아는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공식대회에서 모습을 감췄다. 김연아가 없는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선 미국의 알리사 시즈니가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의 '경계 0순위'는 김연아다. 김연아를 이기지 못하면 안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듯한 느낌이다.

이는 최근 일본언론들의 분위기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최근 일본 여자피겨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는 안도 미키(23)와 무라카미 카나코(16)다. 안도는 최근 열린 전일본선수권대회에서 아사다의 5연패를 저지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신예인 무라카미는 그랑프리 파이널 3위에 오르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안도나 무라카미 대신 여전히 아사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나 무라카미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잘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컨디션이라면 아사다만이 기술적으로 김연아와 대적할 수 있다. 결국 일본으로선 자존심을 다치게 한 김연아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할 수 밖에 없다.

어쨌든 이번 몰카 사건은 김연아가 일본 내에서 얼마나 대단한 존재로 성장했는가를 잘 보여준다. '김연아를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무거운 사회적 분위기가 말도 안되는 사건으로까지 연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