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준(29, 코오롱)이 금메달 소감을 전했다. 힘든 42.195km를 모두 뛰고난 후 숨을 몰아쉬면서도 그는 속에 있는 말들을 모두 풀어냈다.
지영준은 대회 마지막 날인 27일 오후 광저우 대학성 트라이애슬론 베뉴에서 열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육상 마라톤에 출전해 2시간11분11초를 기록, 22명의 선수 중 1위를 차지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2006 도하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샤미 무바라크 하산(카타르)과 끝까지 경쟁을 펼친 끝에 거둔 승리라 당시 7위에 그쳤던 지영준으로서는 훌륭한 설욕전이 아닐 수 없었다. 샤미는 바짝 붙어 레이스를 펼친 지영준의 작전에 말려 성질까지 부리면서 스스로 무너졌다.
경기 후 지영준은 "아시안게임에 3번 나갔는데, 3수만에 금메달을 따서 기분이 좋다"며 상기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영준은 믹스트존 인터뷰 내내 "연습한 만큼 결과가 나왔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좋은 성적을 못내는 것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번에는 철저히 연습했고, 그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뿌듯해 했다.
그는 "항상 (국제대회서) 죽을 쒔다. 솔직히 이번에도 걱정이 됐지만, 정말 정만화 선생님(대표팀 코치)과 이번에는 피나는 노력을 했다. 그 결과가 나왔다"고 다시 한 번 힘주어 말했다.
또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밝혔다. 지영준은 "작년에 결혼해서 올해 2세인 아들이 태어났다. 난 홀몸이 아니다"며 "처자식이 생겨 어깨가 무겁다. 뒷바라지 잘해준 아내 이미혜와 아들 지윤호, 고맙다"고 소리쳤다.
특히 레이스 도중 깜짝 놀랐던 순간도 회상했다. 이날 지영준은 도하 금메달리스트 샤미와 30km 이후부터 둘만의 대결을 펼쳤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샤미는 갑자기 지영준의 왼쪽 어깨를 오른손으로 가격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는 바짝 붙어 레이스를 펼친 지영준과 발이 자꾸 부딪히자 화를 참지 못하고 한 행동이다. 이후 샤미는 페이스가 무너져 뒤로 처지며 동메달에 그쳤다.
이에 대해 지영준은 "그건 반칙이다. 그런 행동을 하면 안된다"며 "순간 아파서 주춤했다. 하지만 그런 것으로 평정심을 잃으면 안되니 마음을 다잡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힘든 레이스를 펼친 후 인터뷰를 하느라 지영준은 제대로 서 있지를 못했다. 한 동안 마음속에 있는 얘기들을 꺼낸 후 지영준은 "더 이상은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