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작품

시낭송회

어울령 2010. 4. 29. 23:41

 

 

 

 

 

 

  스승 

 

꽃이

앞마당에서

길을 지나 물가를 거슬러

산 등성, 등성이로 고개를 젖히며

유쾌한 말괄량이 발걸음을

조심스럽고 우아하게

걷도록 굳이

가르치지 않는 것처럼

 

꽃이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움이 없고

우리가 밟는 땅보다, 결코 

내려 서서

피는 일 없어도

눈을 흘기거나 

도도하다고,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 것처럼

 

가르침이란

몸소 보여주는 일,

발 끝에 정신을 모으고

허리를 한껏 굽혀

바라보게 하는 힘이

제 몸의 향기라는 것, 

조금만 더

욕심을 내자면

그런 어른이 많았으면

지천으로 피는 꽃처럼.

 

 

2010년 4월 시낭송회 때 모습

 

 

김형락 시인, 허선주 시인, 김현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