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여행

[스크랩] 베트남 하롱베이 비경

어울령 2009. 12. 19. 12:14


지구상 최고의 해상 절경지 3000여 개 기암 절경 가진 섬들이 밀집

▲ 티토프섬 위에서의 남쪽 조망. 유람선이 섬 기슭을 돌아나가고, 저 멀리에는 병풍처럼 바위섬들이 겹겹으로 펼쳐졌다.
하롱베이(Ha Long Bay)의 그 유명한 바위섬들은 저 멀리 수평선 근처로 나앉아 있었다. 훌쩍 차에서 내리자마자 쉽사리 모든 것을 보여줄 수는 없다는 듯, 십 리 바깥 먼 바다에서 옅은 실루엣들만 맛보기로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수많은 섬들 중 단 하나도 이곳 하롱베이 관광기점인 바이차이 해안가 가까이 다가서 있는 것은 없었다.
뿌옇게 흐린 날, 그것도 이미 저녁 무렵이었기에 섬들의 색조는 감청색 일변도였다. 짙고 옅은 반투명의 감청색 셀로판지를 겹치면 아마도 저와 흡사할 것이다.
그러나 그 멀찌감치에서 본 단색조 실루엣만으로도 하롱베이는 우리의 감탄을 샀다. 맥없이 꼬리를 끌며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그런 넙데데하고 불품 없는 섬은 없었다. 하롱베이의 섬들은 하나같이 꼿꼿이 허리를 곧추세우고 물속에 들어선 석주, 혹은 혹부리 짐승 형상이었다. 그중 작은 것은 큰 것의 그림자 안에 들앉고, 더 큰 것은 큰 것의 뒤에서 고개를 내밀기도 하며 웅기중기 제 편한 대로 자리잡고 서서 전체적으로는 길고도 울퉁불퉁한 하나의 띠 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수많은 낙타의 떼를 옆에서 보면 하늘선이 아마도 저럴 것이다.
저 섬들 가운데 들어 보는 풍경은 어떠할까. 우리는 기대감으로 흥분했으나 이내 나락으로 내려앉는 기분이다. 부슬비가 뿌리기 시작한 것이다. 제발! 우리는 날이 밝기만을 기원했고, 기도는 통했다. 흐리기는 했지만, 간혹은 한 줌 햇살마저도 비추는 하늘에 우리는 거듭 감사했다. 다시는 이런 데를 하루만 잡고 찾아오는 무모한 짓은 않겠다면서 가슴을 쓸었다.
축소하면 모두 명품 수석될 기암 섬들
가이드는 선창을 빼곡이 메운 수백 척 유람선 가운데 하나로 우리를 인도했다. 짙은 고동색이고 상부는 평평한 갑판, 하부는 사방으로 유리창을 낸 선실을 갖춘 이중구조여서 흡사 옛 해전을 재현한 사극에서 보던 전함과 흡사하다. 거제 해금강을 도는 30~40인승 유람선과 비슷한 규모의 배에 우리 일행 16명만 승선, 여유롭고 편안히 자리잡고 앉았다.
▲ 유람선으로 떠돌며 장사를 하는 원주민의 배 '텐난'
바다로 달려나가는 중에도 유람선 옆구리에는 원주민들의 조각배가 연이어 들러붙는다. 예쁜 산호나 대나무 낚싯대, 바나나, 음료수 등등 여러 가지를 번갈아 내밀며 값을 불렀다. 거의가 1~2달러 안팎이다. 웃지도 않고 무표정한데, 물건을 내밀고 가만히 바라보는 모습에서는 간절한 무언가가 느껴져 한두 가지 사주지 않을 수 없었다.
수많은 바위섬들이 둘러서서 방파제 역할을 하기에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했다. 파도와 더불어, 물고기가 깊은 곳에서 살기에 하롱베이엔 갈매기도 없다. 30분 남짓 달린 끝에야 우리는 하롱베이의 그 유명한 절경 가운데로 들어설 수 있었다.
하롱베이는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시에서 동쪽으로 160km 거리로서 베트남 북쪽 모서리 지역이지만, 베트남 최고의 경승지로 거의 이견없이 손꼽힌다. 그러나 베트남뿐일까. 지구를 통틀어 해상에 이루어진 경승지로는 최고라는 사람도 많다.
이곳 하롱베이 앞바다 일대에는 북동에서 남서로 100km쯤의 해안을 따라 베트남 전체의 섬 1만 개의 약 3분의 1인 3,000개쯤의 크고 작은 섬들이 늘어서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저 섬이 많다고 하여 아름다운 곳일 수는 없다. 그 섬 하나하나가 감탄스러울만큼 기이한 형상을 하고 있어서다. 만약 그것들을 크기 20~30cm쯤으로 축소해둔다면 모두가 고가의 명품 수석이 될 것이다. 수석꾼들이 추산유정(秋山有情)이니 원도모색(遠島暮色) 등으로 이름 붙여 즐길 기이한 경관의 섬들이 부지기수다.
그런 섬들이라도 여기저기 십 리만큼씩 뚝뚝 떨어져 있어서는 곤란하다. 하나를 보고 또 다른 하나를 보기 위해 긴 지루함을 참아야 한다면 경승지로서는 큰 감점 요인이다. 그러나 하롱베이의 섬들은 다소 과장하여 건너뛰기로도 끝까지 갈 수 있겠다 싶을 만큼 가까이 밀집해 있다. 그래서 하롱베이는 절경 중의 절경지인 것이다.




































하롱베이 홈페이지(halongbay. halong.net.vn)에는 ‘1962년 1,969개의 섬을 포함하는 1,553㎢의 지역이 국가보호구로 지정되었는데, 그중 980개의 섬이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우리 나라 제주도가 1,825㎢인데 그보다 조금 더 작은 면적 안에 2,000개의 섬이 밀집해 있고, 거의가 무인도이건만 나름의 이름을 가질 정도로 특색이 있는 섬이 그렇듯 많다는 것이다.
이만으로도 하롱베이의 경관이 어떠한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겠다. 94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 지역은 434㎢에 775개의 섬이 포함돼 있으며 ,그중 이름을 가진 섬이 411개라고 한다.
바다의 계림’으로 유명
하롱베이의 지도를 보면 섬들이 모두 흡사 일본 열도처럼 길쭉하며 전체적으로는 무리지어 긴 흐름을 이루었다. 이는 북서와 남동 양쪽에서 지각의 판이 맞부딪치며 밀어올려진 석회암 지형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약 1천만 년 전 이와 같은 지각운동에 의해 수많은 주름이 잡히며 솟아오른 뒤 12만 년쯤 전 바닷물에 잠겼고, 그 긴 세월동안 침식을 받아 지금과 같은 절경을 이루었다고 한다.
전설은 용이 탄생시킨 절경이라고 말한다. ‘옛적에 외적이 침입하여 이곳 사람들의 금은보화를 모두 앗아갔다. 그들은 조상신인 용에게 탄원했고, 용은 외적에게서 보화를 되찾아 입에 물고 승천하다가 내뱉어서 3,000개의 섬으로 만들었다. 그 후로 다시는 보화를 앗기는 일이 없었다.’
하롱베이 곧, 하롱만이란 지명의 하롱은 한자로 표기하면 하룡(下龍), 곧 용이 하강한 곳이란 뜻으로, 바로 이 전설에서 유래한 것이다. 전설이 암시하듯, 하롱베이는 베트남 역사상 오래 전부터 명승으로 이름을 날렸다. 대대로 여러 왕들과 시인들이, 우리 선조들이 금강산 찾듯 하롱베이를 찾았다고 한다. 20세기 초를 전후하여 베트남을 지배했던 프랑스인들이 여러 관광시설을 앉히며 하롱베이는 점차 유명해졌다.
가장 흔한 비유로 하롱베이를 ‘바다의 계림(桂林)’이라고 한다. 계림은 석회석 기암봉들로 이루어진 중국의 명소다. 하지만 둘 모두를 본 이들은 한결같이 “계림을 육지의 하롱베이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규모나 경관 둘 모두에서 하롱베이가 한 수 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도차이나’라는 영화를 보았다면 그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을 생각해보라. 바로 하롱베이를 배경으로 한 것이다.
▲ 천궁동굴의 종유석. 갖가지 색으로 조명을 했다.
섬의 무리 가까이로 다가간 배는 어느 섬 옆구리로 가 정박했다. 띠엔꿍, 곧 천궁(天宮)동굴이란 석회동굴을 먼저 보는 것이다. 이 동굴은 이미 내부가 바싹 건조해버린 죽은 동굴이다. 습기가 없어 하얗게 분을 바른 것 같다. 하지만 동굴의 규모가 웅장하고, 석순이며 종유석들의 모양이 빼어나게 아름답고 다양하다. 관광객의 대부분은 중국인들인데, 이런 동굴 구경은 난생 처음인 사람이 많은지 여기저기서 탄성 연발이다. 이곳은 석회암 지역이라 이외에도 여러 개의 석회동굴이 산재해 있다.
하지만 석회동굴이야 우리 한국인들에겐 이미 시들한 대상이다. 서둘러 돌아나와 유람선에 올라 저 해상 기암의 숲으로 들기를 재촉했다. 드디어 코 앞으로 섬들이 다가온다. 고릴라, 물개, 버섯, 호리병박, 혹은 바벨탑 같기도 한 섬들이 왼쪽 오른쪽으로 쉴 새 없이 지난다. 성난 수탉, 남자 어른의 머리, 말, 버팔로의 머리, 염소, 비둘기, 잉크병, 합장한 승려도 있다. 작게는 수십m에서 200여m에 이르는 그 기암봉들에서는 세상 사물의 형상 모두를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저기 단양 도담삼봉을 닮은 봉들은 단 번에 수십 개를 찾아낼 수 있다. 주왕산의 기암(旗岩)도, 설악산 장군봉도 물론 닮은꼴이 부지기수다.
티토프섬 전망대에서 조망 기막혀..
▲ 전망대가 선 티토프섬.
저기 뽀뽀하는 한 쌍의 동물이 있다. 배가 가며 입이 포개어졌던 두 동물은 다시 떨어졌다. 주민들은 이 두 바위섬을 ‘싸우는 수탉들’이라고 이름지었다. 그 섬 뒤에 또 다른 섬, 섬, 섬, 섬, 섬들-. 섬이 섬을 가리고, 섬을 거두고, 섬을 벗긴다. 섬들은 한결같이 정선 동강변의 그 붉은 벽처럼 가파르고 아름다운 벽을 가졌다.
빙 둘러 그런 섬들이 울타리로 선 어느 바다 한가운데서 유람선은 아예 엔진을 멈춘다. 모두들 갑판의 의자에 편히 앉아 주위를 완상하는 사이 가이드는 바로 옆 해상 어부의 집에서 생선 횟감을 흥정한다. 월남전이 끝난 뒤로 한동안 이곳 하롱만의 섬들은 해적들의 은신처이자 약탈장소였다고 한다. 섬 뒤에 숨어 기다렸다가 상선이 지나가면 습격하여 약탈하곤 했다는 그들 대신 이제는 생선을 파는 주민들의 해상 가옥들이 즐비하다.
어디 한 군데 제껴 디딜 곳 없는 가파른 바위섬뿐이더니, 저기 꼭대기에 정자를 감투처럼 얹고 해변 모래사장도 있는 작은 섬이 뵌다. ‘하롱베이의 전망대’ 티토프섬이다. 1962년 소련 우주비행사 티토프(Titov)의 하롱베이 방문을 기념해 호치민이 그런 이름을 주었다고 한다.
고작 100m 길이의 계단을 오르는 데 20분 남짓 걸리는 것은 계단이 가팔라서만이 아니다. 오르는 도중 뒤돌아본 순간 그 자리에서 그만 발 아래의 장관에 넋을 앗기는 까닭이다.
꼭대기 정자각에 서자 해상에서는 겹쳐지고 숨고 했던 그 수많은 섬들이 어느새 완벽한 입체감을 띠며 떠올랐다. 사방이 모두 기묘한 바위섬들로 기경을 이루고 있다. 한 덩이 섬마다 모두 팔폭 병풍이며, 병풍 뒤에 또다른 절경의 병풍이 겹겹으로 늘어섰다. 눈을 가졌음이 전에 없이 행복해지기까지 하는 절경이다. 결국 일행은 선상 파티를 갖기도 전 풍경에 먼저 흠뻑 취해버렸다.
유람선에는 어느새 생선회 상이 차려져 있다. 회에 이어 가재요리를 드는 사이 배는 섬 무리를 벗어나 항구로 향한다. 유람선 갑판과 그 뒤편의 조타실은 관광객이 떠나고 나면 선장 일가족의 보금자리가 된다. 아낙이 품안의 아이를 어르며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갑판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거의 100% 만족한 일행이었지만, 그러나 우리가 본 것은 하롱베이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모두 비슷하여 그것이 그것 같긴 할 터이지만, 석양도, 일출도 못보고 떠난다는 것은, 그리고 짙은 밀림을 이루었다는 갓바섬을 그냥 두고 하롱베이를 떠난다는 것은 정녕코 아쉬운 일이었다.
아무튼 눈으로 무엇을 보아 이렇듯 가슴이 충만했던 때가 언제였던가. 이런 경치를 가진 지구가 더없이 사랑스러워지는 곳이니, 지구인이면 누구든 하롱베이를 가볼 일이다.
글·사진 안중국 차장
하롱베이 여행 길잡이

겨울이 관광 적기

베트남 북부지역은 9,10월은 강한 비바람이 잦다. 12월부터 3월이 가장 추운 시기로서 날씨가 연중 가장 맑은 때다. 기온도 낮은 편인데, 한국사람들에겐 시원한 날씨로서 오히려 관광엔 최적기다.
하롱베이는 공항이 없어, 일단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까지 간 뒤 버스를 타고 들어간다. 관광 기점인 바이차이에는 호텔을 비롯해 여러 숙박시설과 음식점들이 있다. 유람선 대여료는 크기와 시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대개는 여행사를 통해 단체 여행을 한다.


출처 : bumchon
글쓴이 : 범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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