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아이 학원 어쩌나, 도시락은 어쩌나” … 여성암 환자 85%가 화병 증세

어울령 2011. 3. 22. 09:00

 

 

“아이 학원 어쩌나, 도시락은 어쩌나” … 여성암 환자 85%가 화병 증세


[중앙일보 배지영] 여성암이 가파른 속도로 늘고 있다.

 

국립암센터 자료에 따르면 여성암 환자는 매년 평균 5.3%씩 늘어 11년 새 1.6배 늘었다(1999~2008년).

 

남성암 환자가 매년 1.5% 는 것에 비해 3~4배 높은 증가율이다.

 

이화여대의료원 서현숙 의료원장은 "우리 나라는 아시아에서 여성암 환자 발병률이 가장 높다.

 

비슷한 문화권인 일본보다도 2배가량 더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하다.

 

이대목동병원 신경정신과 임원정 교수는 "유방암이나 자궁경부암에 걸린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직도 곱지 않다.

 

또 남성에게 암이 생기면 가족 모두가 달려들어 간호하지만 여성에겐 그렇지 않은 편이다.

 

같은 암에 걸려도 여성은 더 많은 소외감과 절망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여성암전문병원을 개원한 이화여대의료원은 개원 2주년을 맞아 여성암의 현재를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지난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여성암 극복 심포지엄에 발표된 내용을 바탕으로 여성암의 주요 이슈를 살펴봤다.

갑상샘암·유방암이 가장 많아

한 여성이 유방암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있다. 30~40대 젊은 여성은 초음파, 그 이후는 X선 촬영을 중심으로 검진 받는게 좋다. [이화여대의료원 제공]

최근 10여년 사이 여성암은 남성암 증가율을 뛰어넘었다.

 

호발하는 암의 순서도 바뀌었다.

 

1999년 여성암 유병률은 위암·유방암·대장암·자궁경부암·폐암 순이었지만

 

2008년에는 갑상샘암·유방암·위암·대장암·폐암 순이다.

 갑상샘암이 증가한 까닭은 조기검진이 늘었기 때문.

 

이대목동병원 외과 임우성 교수는 "갑상샘암 진단기기가 발달하면서 조기 발견 이 많아졌다.

 

방사선 과(過)피폭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방암이 늘어난 까닭은 서구화된 식생활 탓이 크다.

 

이대여성암전문병원 유방·갑상샘암 문병인 교수는 "유전적 원인(5~15%)을 제외한 산발적 요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식습관이다.

 

동물성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3배 정도 유방암 발병률이 높다"고 말했다.

 

빨라진 초경과 고령 출산도 유방암 발병을 높인다.

 위암은 예전부터 여성 암 1위를 지키다 3위로 내려왔다.

 

하지만 여전히 호발암 중 하나다.

 

최근에는 젊은 여성에게서 위암 발생이 크게 는 것이 특징이다.

 대장암도 역시 서구식 식습관이 큰 원인이다.

 

여성의 대장암은 항문 쪽에 많이 생긴다는 특징이 있다.

 

폐암은 높은 사망률이 문제다.

 

지난 10년간 남성 폐암 사망률 증가 폭은 28%였지만 여성은 56%였다.

 

특히 여성 폐암은 전이가 잘 되는 선암이 84%를 차지하고 있다.

 

남성은 선암 비율이 42%에 불과하다.

남성환자는 스트레스 상대적으로 단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여성이 암으로 얼마만큼 스트레스를 받는지도 발표됐다.

 

문병인 교수팀은 여성암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정신질환 정도를 측정해 봤다.

 

결과 85%가 화병(火病) 증세를 나타냈다.

 

임 교수는 "여성암 환자는 남성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

 

남성은 단지 '내가 아파 돈을 못 벌면 우리 집은 어떡하나' 하는 큰 줄기 한두 가지 스트레스만 받는 반면

 

여성은 당장 내일 아침 아이 교복은 누가 다려줄지, 학원은 누가 데려다 줄지, 도시락은 누가 싸줄 지부터 시작해 남편·친정·시댁 걱정까지 수백, 수천 가지 크고 작은 걱정거리로 괴로워한다"고 말했다.

 돌봐주는 사람이 마땅치 않은 것도 스트레스다.

 

남성이 암에 걸렸다면 보통 여성이 남편 간호를 전담한다.

 

하지만 여성은 남편이 전적으로 돌봐주는 경우가 드물다.

 

간병인이나 자녀에게 신세를 지면서 스트레스가 죄책감으로 나타난다.

죄책감·분노 뒤섞여 스트레스 상승

분노도 치밀어 오른다.

 

문 교수는 "주로 중년 이후인 50~60대 여성 암환자들이 이런 감정을 토로한다.

 

한국 사회에서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수십 년 헌신하며 참고 살았는데,

 

이제 좀 쉬려니 암에 걸렸다며 분노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암 환자의 스트레스는 죽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임원정 교수는 "우리나라 암환자 자살률은 세계 최고다.

 

통상 암환자의 20%는 치료받아야 할 수준의 화병이나 우울증에 걸린다.

 

이런 정신적 문제가 있으면 암 회복이 느릴뿐더러 근육통이나 소화기계(메스꺼움·구토 등), 신경계 질환(어지러움·이명 등)이 더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암 환자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치료는 약물치료(뇌 세로토닌 수치를 올려주는 약물 투입)와 상담치료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명상을 이용한 스트레스 관리법도 주목받고 있다.

 

암시민연대 최성철 사무국장은 "반신반의했던 명상치료가 대학병원 임상 연구를 통해 의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암환자끼리의 모임, 봉사활동 등도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 jybaejoongang.co.kr >

[인터뷰] 김승철 이대 여성암전문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