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목감기인줄 알았는데 위산 때문이라고?.....인후두역류증 주의보

어울령 2010. 11. 22. 08:59

 

목감기인줄 알았는데 위산 때문이라고?… 인후두역류증 주의보

국민일보 |

직장인 조모(46·여)씨는 최근 목이 꺼끌꺼끌하고 잔기침이 자주 나며 목소리가 약간 변하는 증상을 겪었다. 가벼운 목감기 쯤으로 생각하고 10일간 종합 감기약을 복용하며 지냈으나 차도가 없어 인근 병원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후두 내시경으로 목 안을 들여다 본 결과, 뜻밖에도 '인후두역류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위에서 분비되는 위산이 식도를 타고 성대와 목 부위(인·후두)까지 거슬러 올라와 약한 점막에 염증을 일으켜 생긴다. 바이러스나 세균 등에 의해 생기는 목감기와 발생 원인부터가 다르다.

조씨는 잦은 야근으로 식사 시간이 불규칙하고 하루 5잔 이상 커피를 마시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의사는 그 같은 습관이 반복되면 인후두역류증에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요즘같은 환절기에 많이 걸리는 목감기. 목감기 만큼이나 흔하며 더구나 증상까지 비슷해 헷갈리기 쉬운 질환이 바로 인후두역류증이다.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과 홍석진 교수는 21일 "추워진 날씨 탓에 목이 아프고 기침이 난다며 오는 환자들이 많은데, 이들 가운데 30∼40%는 인후두역류증 진단을 받는다"고 밝혔다.

인후두역류증의 주요 증상은 만성 기침과 쉰 목소리, 목에 뭔가 걸린 듯한 이물감, 아침에 목쓰림 및 통증, 삼킴 곤란 등이다. 목 뒤로 분비물이 넘어가는 것(후비루 증상)처럼 느껴져 코감기나 축농증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감기의 일반적 증상인 열이나 피로감, 콧물은 없다. 따라서 1주일이 지나도 기침과 목통증, 이물감 등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된다면 인후두역류증을 한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단, 같은 위산 역류 질환이라도 식도까지만 올라와 영향을 미치는 '역류성식도염'과는 구분해야 한다. 인후두역류증은 역류성식도염의 전형적 증상인 가슴 쓰림과 신물 올림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주형로 박사는 "위산은 pH 1∼2에 해당하는 강한 산성을 띠는데, 식도는 자체 연동운동이나 중화효소 분비 등을 통해 어느정도 방어능력을 갖고 있으나 인·후두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때문에 위산 역류에 의한 손상이 식도에 비해 100배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인후두역류증을 목감기 정도로 알고 방치할 경우 코골이나 천식, 기관지염은 물론 성대 결절, 성대 폴립, 성대 육아종, 후두 협착 같은 보다 심각한 병을 키울 수 있다. 주 박사는 "인후두역류가 매우 심하면서 수년간 전혀 치료하지 않은 경우 드물게 식도암이나 인후두암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위산이나 위 내용물이 거꾸로 올라오는 이유는 뭘까. 바로 목-식도-위로 연결되는 부위의 괄약근이 느슨해졌기 때문이다. 괄약근은 위장으로 내려간 음식 등 내용물이 다시 올라 오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괄약근을 약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식이와 생활습관이 꼽힌다. 과식·폭식을 비롯해 기름기 많은 육류, 피자, 케이크 같은 음식의 섭취가 대표적이다. 카페인, 탄산음료도 괄약근의 긴장도를 떨어뜨려 위산 역류를 조장한다. 흡연과 음주 역시 괄약근의 압력을 감소시키고 점막의 저항을 떨어뜨리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식사 후 바로 눕는 습관은 삼가야 하며 잠자기 2∼3시간 전(또는 밤 9시 이후)에는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주 박사는 "인후두역류증은 여성이 남성보다 많은 편이며 40∼60대에 흔하다"면서 "특히 임신부나 비만한 사람은 일반인에 비해 복부의 압력이 높아 그로 인해 위 내부의 위산이 역류하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르셋이나 몸을 조이는 옷을 입을 때도 마찬가지. 고혈압약이나 진정제, 기관지를 확장하는 천식약 등은 직접 위산 역류를 유발하지는 않지만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홍 교수는 "대개는 식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상태가 좋아지지만 그럼에도 증상이 계속되면 위산 역류를 막거나 완화하는 약제나 위산 분비 자체를 줄이는 약물 치료를 6개월 이상 꾸준히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