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야기

[스크랩] 곰스크로 가는 기차

어울령 2010. 3. 12. 14:18
 

이 세계의 남자들은..
어쩌면 우리 세계의 사람들 역시 모두 곰스크를 꿈꾼다..

 (좀 과격한 방법으로 스크랩 해왔슴다. http://blog.daum.net/cactus1000

물론 주인장의 허락을 받았지요. 근데 괴씸해서 출처를 밝히지 않겠습니다.)

 

 

결혼식을 앞둔 아름다운 신부..
이 축복 속의 여인은, 그러나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듯 슬퍼 보인다.
무언가를 하소연하듯 자신의 반려자를 바라보는 그녀..
 

 

 남자의 꿈은 단 하나.

곰스크에 가서 인생을 시작하는 것..

그건 곰스크에 가보지 못했던 그의 아버지의 꿈이기도 했다.

어쩌면 그 아버지의 아버지의 꿈이었을지도..

 

아름다운 신부와 함께 곰스크로 향하는 기차 안에 탄 남자의 표정은 사뭇 들떠 보인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떠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그러나 그건 남자만의 행복일 뿐..

여자는 지금껏 살던 그녀의 세계를 떠나 낯선 곰스크로 가는 것이 불안하기만 하다.

식장에서 걱정스럽고 두려운 듯 슬픈 표정의 그녀가 자꾸 아른거린다.

 

 

 작은 간이역에서 쉬어 가는 기차..

남자는 곰스크 이외의 것엔 관심이 없지만, 모처럼 활짝 웃는 아내의 모습이 좋다.

서로 사랑하는 그들..

그러나 한 사람은  떠나길 원하고, 다른 한 사람은 남길 원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현실.

 

잠시 햇살을 즐기는사이 기차는 떠나고, 그들은 기차를 놓쳤다.

할 수 없이 그 작은 마을의 까페에 하룻밤을 청하자, 주인여자는 말없이 받아 준다.

꿈에서 탈선한 남자..

오래지 않아 다시 꿈을 찾으리라.. 생각하면서도 어쩔수 없이 짓게 되는 낭패스러운 표정..

 

 

남자가 까페 주인여자에게 묻는다.

"기차는 또 언제 옵니까?"

여자가 대답한다.

"나도 몰라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요.

기차가 오더라도 이곳에서 설지, 아니면 그냥 지나칠지 조차도 몰라요.

여긴 제대로 된 역이 아니니까요."

 

 

 

 

다음날 아침, 

남자는 여자를 끌고 무작정 간이역으로 나가 보지만 기차는 그냥 지나쳐 버리고 만다.

당혹스럽고 허무한.. 이내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 남자..

아내는 그런 남자가 딱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가 된다.

 

 

 

 

며칠만에 간이역에 다시 선 기차..

그러나 시일이 지난 그의 표는 더이상 쓸 수 없다.

곰스크로 가기 위해 전 재산을 털어서 샀던 기차표 2장..

기차가 바로 눈 앞에 있는데, 여기에 멈춰 있는데.. 그런데도 남자는 탈 수가 없다.

다시 곰스크로 가는 새 기차표를 사기 위해 허드렛일을 하는 남자..

 

팁을 모으는 남자에게 까페 주인여자가 말한다.

곰스크에서 오는 손님들은 딱 두 종류로 분류된다고..

돈 많고 외롭거나, 가난하고 시끄럽거나..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하룻밤만 지내려 했던 그 까페의 빈방은 어느덧 어엿한 살림집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꿈은 말그대로 꿈처럼 아득해지고, 점점 현실에 익숙해지는 하루하루..


 

 

 

시간은 점점 더 흘러 어느덧 겨울이다.

오늘따라 왠지 들떠 있는 남자..

기쁜 표정으로 부인에게 드디어 기차표를 살 수 있는 돈을 모두 모았다고 말하는 남자..

그러자 서러운듯 울음을 터트리는 그녀..

"당신은 여기가 그렇게 싫었어요? 이 곳의 일들이 모두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곰스크! 곰스크!!

나랑 결혼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벌써 떠났겠지요. 한장의 기차표만 사면 됐을테니까.."

 

 

 

 

이제, 드디어 떠날 준비가 되었다.

기차는 멈춰 섰고, 2장의 기차표도 구입했다.

 

 

 

 

빈 몸으로 나서는 남자에게,

추억이 깃든 소파를 가지고 가야겠다고 말하는 그녀..

 

황망한 남자..

 

 

 

 

역무원 : "소파를 가져 가시려면 화물비를 따로 내셔야 합니다."

남   자 : "들었지? 이건 못 가져가!!"

여   자 : "소파를 가져 가지 않는다면 저도 가지 않겠어요."

 

출발 직전의 기차 앞에서 다투는 그들.

마음이 조급한 남자와 찬바람 이는 표정으로 안간다 버티는 여자..

꾹꾹 참아왔던 아내에 대한 남자의 원망이 폭발한다.

 

"왜? 왜 번번히 내 꿈을 방해하는 거야? 니가 원하는 건 다 들어 줬잖아.

오로지 이날만을, 곰스크로 가기 위한 날만을 꿈꾸면서 버틴거..잘 알잖아..

안 되겠어. 나는 곰스크에 가야겠어. 남겠다면 여기 남아. 소파랑 잘 살아보도록 해."

 

드디어 기차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고 여자가 다급한 소리로 말한다.

여자 : "편지 하실꺼죠? 주소 정도는 알았으면 해요."

남자 : "주소는 왜?"

여자 : "아이가 크면.."

남자 : "뭐?"

여자 : "아이요!"

 

 

 

 

"정말이야..?

그랬구나..아이가..생겼구나......"

 

기차가 떠난다.

차마 타지 못한 그는 힘없이 기차의 뒷모습만 하염없이 바라본다.

떠나가는 기차..

멀어지는 그의 꿈..

 

 

 

 

시간이 다시 흐르고, 그는 조금은 편안한 표정이 되었다.

얼마간의 꿈을 포기한 댓가로 얻은 얼마간의 평온..

그의 편안함에는 체념이 묻어 있다.

 

 

 

 

어느날.. 작은 마을의 학교에서 교사 제의를 받는 남자.

교사가 되면 관사가 주어지니 내집이 생긴다.

태어날 아이들도 무척 좋아할 것이다.

그러나 남자는 알고 있다.

교사일을 하면 영영 이 곳에서 떠날 수 없을 것이란 사실을..

남자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존재하는 곰스크의 꿈.. 그의 유일한 소망..

다 알면서도 여자는 남자를 타이른다.

"어째서 곰스크에서는 행복할 수 있고, 여기서는 안돼요?  다 마음먹기에 따른 거잖아요."

별 말이 없는 남자..

그러나 속으로는 이런 말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나는 곰스크에서가 아니면 절대로 행복할 수 없어.."

 

 

 

 

 존경받는 선생님이고..

 

 

 

 

사랑받는 남편이자 두 아들의 아버지가 된 남자.

갉아 먹은 남자의 꿈만큼의 안정된 생활을 누리는 그들..

 

 

 

 

다락방을 정리하다가 양로원으로 간 선임교사의 물품을 발견한 남자.

조심스레 뚜껑을 열어 발견한 것은..

곰스크로 가는 낡은 기차표 한 장..

착찹한 그의 표정..

일기를 쓰는 그의 손 너머로 그가 늘 읽는 "아인슈타인의 꿈"이 보인다.

그 책을 아직도 곁에 놓아 두는 것처럼, 아직도 버리지 않은 그의 꿈..

그가 일기장의 책갈피 속에서 꺼내 든 것은..

곰스크로 가는 그의 낡은 기차표 두 장..

 

그가 말한다.

 

어느 것이 진짜 인생일까?

이 곳에서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사는 것?

아니면 곰스크로 가는 것??

어느 것이 진짜 인생일까?...........

.

.

.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각자 저마다의 곰스크를 꿈꾼다.

기타를 치는 것, 그림을 그리는 것, 시를 쓰는 것, 연극을 하는 것, 혹은 혁명을 하는 것...

이 모두가 그들의 곰스크이다.

기차만 타면 갈 수 있는 그 곳이지만.. 그러나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다.

그 꿈의 땅에 가는 일은 너무 힘겨워서 중도에 체념하고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게 된다.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은 나의 곰스크에 가길 거부하고 현실에서 행복을 찾자고 말할 수도 있다.

어느 것이 진짜 인생인가?

나의 곰스크로 가서 돈 많고 외로운 삶 혹은 가난하고 시끄러운 삶을 택일하는 것?

곰스크가 아닌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작고 평범한 가정을 이루어 남들만큼 사는 것??

과연, 어느 것이 진짜 인생인가?...........

 

출처 : 안개 마을
글쓴이 : 캔모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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