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수 웨인 루니는 다혈질로 유명하다. 화가 나면 참지 못하고 이내 표출해버리고 만다. 영국 언론이 웨인 루니에게 ‘분노 다스리기Anger-management’ 요법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이렇게 분노를 자제하지 못하고 폭발시켜버리는 것도 문제지만, 그걸 애써 숨기고 속으로 삭이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그래서 생기는 병이 바로 화병火病이다. 미국 정신과학회가 정식으로 ‘화병hwa byung’이라는 우리말 의학용어를 등록해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한국은 화병의 불명예스런 종주국이다. 기록을 살펴보면 ‘분노를 억압하는 데서 생기는 한국인에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한국인들이 화를 푸는 데 익숙하지 않고 삭이려고 애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음에 ‘화’가 쌓이면 신체도 변한다. 분노 감정은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을 흥분시킨다. 이로써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돼 각종 신체 증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두근거리며 명치 속에 덩어리가 뭉치는 느낌이나 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 기분 등이 화병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실제 화병 환자는 정상인보다 혈압과 심박수 상승폭이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증상은 심혈관계에 악영향을 끼쳐 심하면 고혈압, 중풍, 심장질환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또한 우울증, 불안장애, 불면증, 두통 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베트남의 승려이며 시인과 평화운동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틱낫한 스님도 그의 저서 <화anger>에서 “화를 참으면 병이 된다. 애써 태연한 척하지 마라”고 충고했다. 그러니 이젠 화를 무조건 죽이려고만 하기보다는 화를 제대로 컨트롤하는 데 신경 쓰자. 그래야 당신의 몸과 마음도 전화위복이 되어 쾌재를 부를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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