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계속되는 한파에 손발 얼음처럼 차다면…

어울령 2011. 1. 31. 09:00

 

 

계속되는 한파에 손발 얼음처럼 차다면…

매일경제 |

직장인 최영숙 씨(43)는 겨울만 되면 손발이 시려 외출을 꺼린다.

 

털로 된 부츠를 신거나 장갑을 껴도 손발이 차가워 얼음이 박히는 듯한 통증을 앓는다.

그녀는 해마다 좋아지겠거니 하고 견뎌왔지만 증세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결국 병원을 찾았다.

 

진단명은 레이노 현상. 레이노 현상은 일반적으로 수족냉증(手足冷症)으로 알려져 있는 말초혈관 질환이다.

↑ 수족냉증은 손발이 추위에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되어 파란색으로 변했다가 따뜻한 곳으로 돌아오면 피가 순환돼 원래 손가락 색깔로 돌아오는 레이노 현상이 나타난다. 왼쪽은 정상인 손, 오른쪽은 수족냉증 환자 손이다. <사진 제공=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추위에 노출되면 손가락과 발가락 끝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돼 혈액순환 장애로 인해 파란색으로 변했다가 따뜻한 곳으로 돌아오면 다시 혈관이 확장돼 피가 순환하면서 손가락 색깔이 돌아오고 이때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심하면 말초 조직이 괴사하는 사례도 있다. 더운 여름에도 차가운 물에 손발을 담그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요즘같이 한파가 계속되는 겨울이면 증상이 더욱 악화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말초혈관 질환자는 2004년 8만명에서 2008년 20만명으로 약 2.5배 증가했다.

 

치료를 받지 않고 고통을 참고 지내는 환자를 감안하면 말초혈관 질환자는 수십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상섭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사지혈관센터 교수는

 

"한파가 계속되면서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병원을 찾는 레이노 현상 환자들이 늘고 있다"며

 

"요즘 같은 강추위에 손발이 노출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손발이 저리거나 통증, 감각이상 등 증상이 5분 이상 지속되면 레이노 현상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손목터널증후군 등 원인 다양 

 

"평소에도 친구들이 손을 잡아보면 많이 차갑다고 얘기를 해주는데, 고객과 악수를 하자고 손을 내밀 수가 없습니다.

 

한파가 두 달 가까이 지속돼 수족냉증이 더욱 악화되는 올겨울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 고객을 자주 만나야 하는 영업맨 박성환 씨는 평소 손발이 차가워 고객들에게 악수를 청할 수가 없다.

백유진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겨울철 수족냉증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말초에 노출돼 있는 혈관들이 위축되어 손발이 차갑다"며 "혈액순환 장애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족냉증이 발생하는 원인은 레이노병, 류머티스성 질환, 추간판 탈출증, 말초신경염, 손목터널증후군, 갑상샘저하증, 혈관질환, 약물 부작용 등 다양하다.

이 중 레이노 현상은 전 국민 중 5~10%에서 나타나며 체온검사를 통해 더욱 정밀한 검사가 가능하다.

 

먼저 손가락이 추위에 민감하고 둘째, 추위에 노출되면 손가락 색깔이 변하며 셋째, 변한 색깔이 흰색이나 푸른색이라면 레이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레이노 현상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약 9배 많이 발생하며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혈관질환은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지만 레이노 현상은 호르몬이나 유전적 영향, 설거지 등 가사노동으로 차가운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 원인이 되어 여성에게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수족냉증과 손저림증은 증세 달라 =

 

추운 날씨에 잠깐이라도 손이 노출되면 손끝이 시리고 저린 느낌이 있을 때가 있다.

이 같은 증세는 추위가 심하거나 장시간 노출될수록 더 심해지고 손가락에 감각이 없어지거나 손을 움직이기 힘들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손이 저리면 수족냉증이나 손저림증을 의심하기 쉽다.

하지만 이 두 질환은 증세가 같지만 발병 위치에 따라 약간 증세 차이가 있다.

김동휘 고려대 안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수족냉증은 손발 끝부분이나 손가락ㆍ발가락 전체가 저린 증세를 보이지만, 손저림증은 엄지에서부터 검지, 중지, 약지 부분과 함께 손바닥까지 저린 증세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손끝이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발생하는 수족냉증은 추위에 노출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타날 수 있지만, 손저림증은 지속적으로 통증이 나타나며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김동휘 교수는 "손저림증은 밤에 증상이 나타나 수면을 방해하기도 한다"며 "이는 손저림증의 가장 큰 특징이며 손목을 많이 쓰는 주부나 학생, 컴퓨터를 쓰는 직장인들에게 주로 나타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손저림증은 목디스크나 팔의 척골신경 병변에 의해서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팔에서 손바닥으로 뻗은 정중신경이 손목 아래 터널처럼 생긴 부분에서 인대에 의해 눌리는 '손목터널증후군' 또는 '수근관증후군'에 의해 나타난다. 또한 당뇨병이나 갑상선 기능저하증 등에서 자주 동반돼 발생할 수 있다.

◆ 증상 심하면 신경차단술 등 고려 = 수족냉증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관을 수축시키는 흡연을 피해야 한다. 또 코감기약 같은 교감신경흥분제나 피임약, 편두통약, 심장약, 혈압약 등은 손발 혈관을 수축시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손발이 하얗거나 파랗게 변하면서 통증과 저림 증상이 동시에 나타난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미영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당뇨나 고혈압 같이 혈관 질환 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말초에서부터 혈관들이 제 기능을 못하면 손발이 차다는 느낌들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며 "특히 말초혈관에 병이 있을 때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손발을 절단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수족냉증, 레이노 현상은 95%가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데 보온만 잘해도 증상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있다.

요즘처럼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한파에서는 모자나 귀마개, 목도리를 반드시 착용하고 장갑을 끼어 손발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원인이 되는 질환을 동반하는 '이차성 레이노 현상' 혹은 '레이노증후군'은 가능한 한 원인을 반드시 찾아 치료를 해야 한다. 한쪽 손발 혹은 손가락 한두 개에서만 나타나거나 40세 이후에 처음 증상이 생겼을 때, 발진이나 관절염이 동반될 때에는 이차성 레이노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

윤상섭 성바오로병원 사지혈관센터 교수는 "증상이 심하면 혈관확장제나 바이오피드백, 신경차단술 등을 고려할 수 있지만 일부 부작용 위험이 있어 보존적 치료가 최선"이라며 "혈관수축과 혈류량을 감소시킬 수 있는 흡연을 비롯해 피임약, 심장약, 편두통약, 혈압약 등을 피해야 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병문 의료 전문기자] [ⓒ 매일경제 &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