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열풍> ②걸으면서 즐긴다
올레는 사색ㆍ명상과 소통의 길
여성 올레꾼 많고 외국인 늘어
(제주=연합뉴스) 김지선 기자
◇혼자 걸으면 사색ㆍ명상의 길
올레 7코스를 걷던 김태원(25.경기도 화성시)씨 역시 힘든 개인사를 극복하고
이들과 같은 나홀로 여행객들이 요즘 가장 선호하는 숙소는 '게스트 하우스'다.
온종일 올레길에 발도장을 찍고 다니다 밤이면 숙소에 모여 생면부지의 길동무와 소회를 나누고
◇여자들이 걷기 좋은 길
올레 6코스를 걷던 20년 지기 유소희(30.여.서울시), 김소리(〃.〃)씨는
친한 언니 동생 사이인 이종숙(46.여.서울시), 박금숙(58.〃)씨는 올레 2코스를 걸으며
이씨는 "올레길은 여자끼리 단둘이 걷는 게 제일 좋다"며
◇더불어 걸으면 소통ㆍ만남의 길
올레 1코스 시작점인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에서
남편은 서울에서 아내는 강원도 홍천에서 일하는 주말부부인 권순삼(40), 민경희(40.여)씨는
◇세계인이 함께 걷는 올레
이 중 스페인 출신 하비에르 아파리시오(Javier Aparicio)씨는 2년 전 걸었던 스페인 산티아고와 올레길을 비교하며
올레길의 정형이 잘 보존된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에서 만난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 하야세 히로미(64.여.오사카)씨는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의 초청으로 팸투어 하는 그는
sunny10@yna.co.kr
여성 올레꾼 많고 외국인 늘어
(제주=연합뉴스) 김지선 기자
11월 1일부터 10여일간 제주 올레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혼자서 또는 친한 친구,
가족끼리 길을 걷고 있었다.
그들은 올레길을 걸으며 사색과 명상을 즐기거나 서로 대화로 더욱 깊은 정을 쌓고 느끼는 모습이었다.
올레 14코스 협재해수욕장에서 만난 이정희(40.여.서울시)씨는 "오전에는 배를 타고 비양도에 다녀왔는데,
혼자 생각하며 호젓하게 걷는 여행이라 좋았다"고 회상했다.
전날 올레 6코스를 걸으며 기당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등을 다녀왔다는 이씨는
"다음에는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몇개 코스를 차례로 가고 싶다"고 바랐다.
올레 7코스를 걷던 김태원(25.경기도 화성시)씨 역시 힘든 개인사를 극복하고
복잡한 마음을 추스르려고 휴가를 내 제주에 왔다.
'할망민박'에서 묵었다는 김씨는 "할머니 품처럼 포근하고 인정 많은 숙소를 기대했는데,
일부 상업적인 모습에는 실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들과 같은 나홀로 여행객들이 요즘 가장 선호하는 숙소는 '게스트 하우스'다.
서너명이 한방을 쓰는 불편함은 있지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하룻밤 묵을 수 있는데다,
일부는 무료 픽업서비스를 제공해 인기를 얻고 있다.
온종일 올레길에 발도장을 찍고 다니다 밤이면 숙소에 모여 생면부지의 길동무와 소회를 나누고
정보를 공유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여관에서 게스트 하우스로 탈바꿈한 곳이 지난해 말 기준 12개소에 이르는 등
제주도 전역에 게스트 하우스가 속속 들어서는 것도 올레열풍이 가져온 새로운 풍경이다.
◇여자들이 걷기 좋은 길
올레길을 걷는 사람 중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특이할 만한 점이다.
역시 여성인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은 "걷기는 좋아했지만,
높이 올라가는 일에는 여전히 서툴고 힘들었다.
등산이 아닌 걷기에서야말로 진정한 휴식과 명상, 자기 돌아보기가 가능했다"고 말한다.
올레 6코스를 걷던 20년 지기 유소희(30.여.서울시), 김소리(〃.〃)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쉬는 기간을 이용해 제주에 왔다.
이들은 "제주도하면 수학여행이나 신혼여행만 떠올렸지 이렇게 아름다운 섬인 줄 몰랐다.
갯깍 주상절리 등 숨겨진 명소를 많이 건졌다"며
"다만 렌터카나 스쿠터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 버스를 타고 싶어도 정보가 거의 없는 점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친한 언니 동생 사이인 이종숙(46.여.서울시), 박금숙(58.〃)씨는 올레 2코스를 걸으며
감귤이 노랗게 익어가는 제주의 가을 정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지난해 올레길을 걸은 기억이 너무나 좋아 다시 제주를 찾았다는 이들은
내년 봄까지 올레길 전 코스를 돌아보는 것이 목표다.
이씨는 "올레길은 여자끼리 단둘이 걷는 게 제일 좋다"며
"남자들은 등산처럼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여자들은 아기자기하게 걷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코스는 여유롭고 한가한 매력이 있지만,
화장실이 없어 불편했다"며 "중간 중간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더불어 걸으면 소통ㆍ만남의 길
올레는 가족단위 여행객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자 사랑을 확인하는 명소로도 각광 받고 있다.
천천히 느리게 함께 길을 걷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레 1코스 시작점인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에서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걷던 김진동(44.대구시)씨는 2박3일 일정으로 제주에 왔다.
첫날은 올레를 걷고, 둘째 날엔 한라산에 오를 계획이라는 김씨는
"요즘은 부모동행 체험학습이라고 하면 결석 처리를 하지 않아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
김씨의 아들 우현(11)군은 "다른 곳과는 돌 모양도 다르고,
못 보던 식물들도 많은데다 걷기 운동도 할 수 있어 좋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남편은 서울에서 아내는 강원도 홍천에서 일하는 주말부부인 권순삼(40), 민경희(40.여)씨는
올레길을 걸으며 사춘기 아들과 서로 마음을 확인할 기회를 얻었다.
민씨는 "해안 길을 걷다 낚시를 하면서 아이들의 자존감이 많이 높아졌다는 것도 느꼈다"며
"이번에 찍은 사진으로 위미리의 초가집 갤러리에서 가족사진전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인이 함께 걷는 올레
올레 1코스에서 만난 한 무리의 외국인들은 제주올레 걷기축제에서
프로젝트 < 길 > 을 선보이려고 미리 공연장소를 답사하던
COMP(CROSSING OF MOVEMENTS PROJECT 2010)였다.
< 길 > 은 미국, 프랑스, 스페인, 브라질, 말레이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모인 13명의 예술가가 무용, 사진, 비주얼 아트 등을 접목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든 다장르 종합 퍼포먼스다.
이 중 스페인 출신 하비에르 아파리시오(Javier Aparicio)씨는 2년 전 걸었던 스페인 산티아고와 올레길을 비교하며
"바람이 사람들이 사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공통점"이라며
"제주에는 산티아고에는 없는 바다가 있어 매력적이고, 길과 길이 서로 만난다는 점이 인상 깊다"고 말했다.
올레길의 정형이 잘 보존된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에서 만난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 하야세 히로미(64.여.오사카)씨는
"한국에서처럼 유명하지는 않지만 일본에도 제주올레가 알려지기 시작했다"며
"제주도에는 몇 번 왔지만 올레를 걷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의 초청으로 팸투어 하는 그는
"어제는 우도를, 오늘은 해안도로와 오름을 걸었는데 경치가 너무나 아름다웠다"며
"외국인들은 위한 안내표지판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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