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중의 섬 [중앙일보]
“만나야 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나게 된다.” 영화 ‘접속’에 나왔던 명대사다. 여행을 하다 보면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가봐야 할 곳은 언젠가 꼭 가게 된다’ 4년 전 신혼여행을 갈 뻔했던 곳이 있다. 당시 허니문 장소로 한창 ‘뜨던’ 곳이다. 하지만 일정이 맞지 않았다. 그때 그곳, 필리핀 엘니도에 일 때문에 가게 됐다. 언젠가 꼭 만나게 되는 사람, 언젠가 꼭 가게 되는 곳, 사람들은 그것을 ‘인연’이라고 부른다. 허니문? 가족 여행? 엘니도는 팔라완 섬 최북단에 있는 군도(群島)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비행기로 1시간30분 떨어져 있다. 지질학적으로는 2억5000만 년 전 만들어진 곳이지만 한국에 알려진 것은 얼마 안 됐다. 2000년 모 유명 연예인이 이곳 리조트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부터다. 몰디브 못잖은 풍광에, 더 가깝고 더 저렴한 곳으로 소문이 났다. 덕분에 한때 연간 이용객의 35%를 한국인이 차지하기도 했다. 기자 역시 그 대열에 낄 뻔했던 셈이다. 하지만 뒤늦게 찾아가 본 엘니도는 다른 유명 신혼여행지와는 좀 달랐다. 몰디브는 섬이라고 부르기도 뭣한 작은 산호초 위에 리조트가 하나씩 들어서 있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바다 아니면 산호모래뿐이다. 더없이 한적한 반면 단조롭다. 반면 엘니도 리조트는 열대우림이 우거진 ‘번듯한’ 섬에 있다. 앞바다에는 크고 작은 섬과 암초가 가득 떠 있다. 발리엔 화려한 풀(pool) 빌라가 많다. 명성에 비해 바다 색이 별로인 대신 리조트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엘니도 리조트는 상당히 수수한 편이다. 럭셔리보다는 환경 친화를 강조한다. 대신 리조트 밖으로 나가는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아침은 라겐·미니락 섬에서 먹고, 점심은 엔탈룰라 섬에서 피크닉, 저녁 땐 팡굴라시안 섬에서 석양을 감상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허니문도 나쁘지 않지만 가족·친구끼리의 여행에 훨씬 더 어울린다. 실제로 서양·일본의 경우 그런 광광객이 대부분이다. 꼭꼭 숨어 있는 황홀한 비경 미니락 섬 인근의 ‘스몰 라군’도 비슷한 느낌이다. 라군(lagoon)은 산호초·모래 둔덕 등에 의해 갇힌 얕은 바다를 말한다. 하지만 엘니도 ‘스몰 라군’은 ‘시크릿 비치’처럼 바위 절벽 안에 담겨 있다. 마찬가지로 절벽 밑동의 구멍을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다. 2인승 카약이 간신히 지날 만큼 작은 구멍이다. 차이가 있다면 사방을 막아선 바위 절벽이 훨씬 더 거대하다는 점. 그만큼 내부 계곡도 넓고 깊다. 한낮을 제외하면 햇빛마저 잘 안 든다. 패들을 지치며 여기저기 둘러보다 보면 꼭 어딘가 오지를 떠도는 탐험가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비밀은 석회암 바위 속에 무른 석회암은 인간뿐 아니라 새들에게도 안식처를 제공했다. 엘니도 인근엔 유달리 새 둥지가 많다. 주로 흰집칼새 등 칼샛과 새들이다. ‘무른’ 바위 절벽 곳곳에 팬 구멍에 둥지를 틀고 살아간다. 중국인들이 흔히 제비집 수프라고 부르는 요리는 바로 이 새들의 둥지를 모아 만든다. 엘니도(El Nido), 스페인어로 새 둥지(영어론 Nest)를 뜻하는 지명도 거기서 유래됐다. Tip ■ 인천에서 마닐라까지 가는 국제선은 하루 일곱 번 있다. 한국 국적기도 취항하지만 터미널 연결 교통편을 감안하면 필리핀에어가 가장 편리하다. 마닐라~엘니도는 19인승 프로펠러기, 공항에서 리조트가 있는 섬까지는 배로 이동한다. 엘니도 리조트(www.elnidoresorts.com) 숙박 패키지를 이용하면 항공·배편 예약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필리핀 포털 온필(www.onfill.com)은 기존 신혼여행 패키지 상품보다 저렴한 에어텔 상품을 팔고 있다. 마닐라 2박, 엘니도 2박 일정에 111만8000원부터. 매끼 식사와 각종 액티비티 프로그램이 포함된 가격이다. 1544-0008. ■ 엘니도는 6월부터 9월까지가 비수기다. 성수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지만 비가 잦은 편이다. 특히 9월은 가능하면 피하는 게 좋다. 태풍이 오는 시기라 운이 나쁘면 내내 비만 맞다 돌아올 수 있다. 1페소=약 23원. <엘니도> 글·사진=김한별 기자 |
출처 : bumchon
글쓴이 : 범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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