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주 숟가락을 놓은 일이 많아졌는데 그때마다 할아버지는 어머니와 간호사 몰래 내게 과자를 사주곤 했다. 그러면 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병원 옥상에 올라가 담배 피우는 할아버지를 위해 누가 오는지 안 오는지 망을 봐주곤 했다. 그렇게 아삼륙으로 붙어 다니던 어느 날 할아버지는 아들이 온다며 내게 소개를 시켜준다고 했다. “은하철도 999있지, 그거 노래 부르는 이가 바로 우리 막내아들이다.”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에 햇빛이 쏟아지네······. 그때 은하철도 999는 너무도 유명해서 그 노래를 모르는 또래 아이들이 없었다. 그런 노래를 부른 사람을 볼 수 있다는 상상은 그 자체만으로 행복한 것이었다. 어쩌면 그 상상이 커서 할아버지의 말을 믿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에이, 거짓말. 그거 진짜 유명한데 할아버지 아들이 불렀다고요?” “그럼, 인석아. 왜 내가 너한테 거짓말을 해. 이따 오면 노래 불러달라고 할게. 대신, 옥상에서 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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